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디젤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반발을 잠재우고 러시아산 디젤 수입을 허용하더라도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10월10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손짓을 하고 있다. ⓒAFP통신/게티이미지=연합뉴스
영국 언론 BBC는 11일(현지시각) "이란 전쟁이 세계 에너지 가격에 계속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디젤 수입 계획을 발표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디젤 30만 톤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11월에는 50만 톤을 추가로 공급한 뒤 그 직후 100만 톤을 더 공급할 것이다"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단기간에 디젤 300만 톤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진 샤힌 민주당 상원의원 등 민주당 상원의원 3명과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은 11일 러시아산 디젤 수입이 불법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의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중단하고 나토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멈출 때까지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계속 살해하는 동안에는 미국은 푸틴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러시아에 반감을 드러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발하는 인사들이 나오고 있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결코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없다"며 "디젤 가격을 낮추려면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이클 매콜 공화당 하원의원도 9일 SNS에 글을 올려 "러시아산 연료에 관한 제재 해제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자금을 대고 더 많은 폭력과 파괴를 부추길 뿐이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반발을 잠재우고 러시아산 디젤 수입을 허용하더라도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러시아가 다음 달에 50만 톤의 디젤을 수출하더라도 이는 세계 수요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디젤 300만 톤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300만 톤은) 러시아의 과거 월간 수출량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고 전했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이전까지 해상으로 월평균 260만 톤의 디젤을 수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유시설 정비가 끝나 생산량이 정상 수준을 회복해야만 이 정도 물량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9월17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해 6월 정유 처리량은 하루 평균 38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약 30% 감소한 수치로,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IEA는 "(러시아 보고에 따르면) 휘발유 생산량은 2025년 수준 대비 20% 감소했으며, 경유 생산량은 거의 3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석 터미널 실라AI의 블라디미르 니키틴 원유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드론 공격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된다면, 러시아가 자국 시장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300만 톤에 달하는 디젤을 수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