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2025년 말 기준 약 220만 명으로, 연평균 10% 넘게 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은 여전히 번거롭다. 고객확인(KYC)과 해외납세의무 확인을 위해 서류를 내거나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비대면 창구가 있어도 절차가 앱 안에서 끝나지 않거나 외국어 지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배정호 카카오뱅크 외국인고객캠프장이 12일 서울 동대문 노보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새로운 외국인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카카오뱅크는 이 빈틈을 겨냥해 가입 절차와 언어, 인증 환경을 외국인 기준으로 새로 짰다. 약 2800만 명의 내국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외국인으로 고객군 확장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12일 '외국인 서비스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국인통장과 프렌즈 체크카드, 해외송금 서비스를 공개했다. 다국어 상담과 보안, 생활 편의 기능도 함께 소개했다.
서비스 출시를 총괄한 배정호 카카오뱅크 외국인고객캠프장은 "국내 고객이 누려온 편리한 금융과 혜택을 외국인 고객에게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국어 서비스와 전용 인증, 보안 기능 등 외국인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더해 한국에서의 금융 생활을 더 쉽고 안전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외국인통장은 중국, 베트남 등 200여 개 국적의 만 19세 이상 외국인이면 누구나 개설할 수 있다. 개설 절차는 챗봇 방식으로 구현했다. 추가 심사가 필요하지 않으면 약 5분 만에 통장이 만들어진다.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거주자증명서 등 필요 서류도 앱으로 제출한다. 외국인 전용 셀카 인증 시스템과 공공 마이데이터를 도입해 이름, 국적, 주소, 직업 등의 입력·확인 절차를 줄였다. 해외납세의무 확인이나 추가 심사가 길어지면 앱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필요한 기능도 넣었다. 비자 연장 등에 쓰이는 잔액증명서와 거래내역서는 별도의 '증명서 발급' 메뉴에서 뗄 수 있다. 통장 화면에는 원화 잔액과 함께 9개 통화로 환산한 금액을 실시간으로 표시한다.
이체와 ATM 입출금 수수료는 국내 고객과 같이 조건 없이 면제한다. 외국인 고객도 '모임통장'을 만들고 파킹통장 '세이프박스'에 가입할 수 있다. 외국인통장은 1인당 최대 2개까지 개설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먼저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프렌즈 체크 카드'를 발급해 국내 고객과 같은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연말에는 해외 결제가 가능한 프렌즈 체크카드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도 세웠다.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 보내기' 서비스는 한패스와 제휴해 제공된다. 약 200개 나라의 50여 개 통화를 지원하며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로 보내는 송금 수수료는 무료다. 고객은 별도 앱으로 이동하지 않고 카카오뱅크 앱에서 한패스 회원가입을 거쳐 송금할 수 있다.
'해외송금 받기'는 카카오뱅크가 직접 운영한다. 수취수수료는 국내 고객과 마찬가지로 조건 없이 전액 면제한다.
언어 장벽도 낮췄다. 상품 가입과 고객 문의 채널 등 모든 화면에 다국어 AI 번역을 적용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제공한다. 1:1 영어 상담도 지원한다. 2027년에는 지원 언어를 7개로 늘린다.
보안은 외국인의 체류 특성과 인증 환경에 맞춰 '외국인 체류기간 관리 프로세스'와 외국인 전용 안면인증 시스템, 이상거래탐지 기능을 도입했다. 국내 고객에게 제공하던 'AI 스미싱 문자 확인'과 '명의도용 예방 서비스'도 외국인 고객에게 열었다.
AI와 생활 혜택 서비스도 확대 적용했다. 외국인 고객도 '카카오뱅크 AI'의 AI 검색과 AI 이체를 쓸 수 있다. '혜택 탭'에서는 '매일 걷고 현금 받기', '서베이 참여하고 현금 받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비서'를 통해 과태료, 범칙금 등 각종 고지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출시 이벤트도 진행한다. 카카오뱅크는 14일부터 연말까지 통장을 개설한 외국인 고객 전원에게 축하금 5천 원을 지급하며 '친구 초대 이벤트'로는 최대 2만 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10월 안으로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 가운데 100명을 추첨해 멜론뮤직어워드(MMA) 티켓(1인 2장)도 증정한다.
카카오뱅크는 2027년 예적금과 오픈뱅킹, 대출비교 서비스를 추가해 외국인 대상 상품군을 넓혀나갈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방한 외국인과 재외국민으로 고객군을 확대하고 수신, 여신, 지급결제 서비스도 확장한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는 매출, 고객수 목표 등을 설정하고 진행된 것이 아닌, 포용금융의 관점에서 진행됐다.
배정호 캠프장은 사업적 목표와 관련된 질문에 "수익적, 비즈니스 관점에서 시작한건 아니고 외국인들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하는 포용금융적 관점에서 시작된 일"이라며 "수익이 따라올 수도 있고 외국인 분들이 많이 써주시면 DAU(일평균 이용자 수) 등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목표 수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