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램프사업 매각 본계약에 가까스로 도달했지만, 내부 반발은 아직 가라앉히지 못한 모양새다.
생산직 노조의 파업과 사업부 경영진의 문제 제기를 거치며 원래 일정이 석 달가량 밀린 끝에 본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끝까지 합의하지 않은 사무연구직 노조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법적 다툼이 본격화하면 매각 절차에 다시 부담이 될 수 있는 데다 해외 범퍼 등 후속 사업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사장이 노조의 반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포트폴리오 조정 속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램프사업 매각 본계약에 가까스로 도달했지만, 내부 반발은 아직 가라앉히지 못한 모양새다. 사진 왼쪽은 이 사장이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2025년 9월22일 모비우스 부트캠프 1기 발대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른쪽은 7월23일 수원 OP모빌리티 광교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사무연구직지회가 '램프사업부 매각 반대 집회'에 참여한 모습. ⓒ연합뉴스·사무연구직지회
10월1일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는 현대모비스가 OP모빌리티와 맺은 램프사업 매각 본계약에 맞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9월30일 이사회에서 램프사업부 물적분할을 의결하고 같은 날 OP모빌리티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공시에 따르면 2027년 4월1일 '현대모비스 램프 주식회사(가칭)'를 떼어낸 뒤 지분 전량을 OP모빌리티에 넘기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램프사업부 사무연구직 약 400명은 소속이 신설법인으로 바뀐다. 노조는 신설법인으로 옮길지를 직원 개개인의 동의로 정하고, OP모빌리티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꾸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현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장은 "저희는 현대모비스로 입사를 한 것이지 램프사업부로 입사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현대모비스에 남겠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며 "회사에서 전적 동의를 받으라고 하면 저희가 반대할 게 뻔하기 때문에 중간에 자회사라는 꼼수를 만들어 법적으로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안 소송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물적분할을 하면 분할계획서에 따라 근로관계가 신설회사로 포괄승계돼, 원칙적으로 직원 개개인의 동의 없이도 소속을 옮길 수 있다. 신설법인 지분을 넘기는 단계에서도 고용 주체는 신설법인 그대로여서 따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동의 절차 없이도 소속을 옮길 수 있는 구조에서 사무연구직이 목소리를 낼 통로는 회사와의 교섭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노조에 따르면 사무연구직지회는 매각 발표 이후인 4월15일 기존 노조에 가입할 수 없었던 과장급 이상 책임매니저 직원들이 만든 노조다.
출범이 늦어 연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못한 탓에 회사와 정식으로 교섭할 권한이 없다. 회사는 직원 설명회와 두 차례 간담회로 대응해왔고, 노조는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내연락사무소(NCP)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매각 방식이 공유된 과정도 불신을 키웠다. 현대모비스는 1월27일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구속력이 없는 협약이며 거래 구조와 규모 등 세부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이후 7월 말까지도 외부에는 구체적인 거래 구조와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초기 직원 설명회에서부터 램프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직원들의 거취를 가르는 매각 방식이 공식 발표 없이 내부 설명회로만 전해졌던 셈이다.
이종규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 부지회장은 "직원 설명회라고 했지만 정해진 것만 고지하는 방식이었다"며 간담회에서도 "협상이라는 내용이 없고 기존에 설명했던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는 "거래구조와 사업분리방안 등 세부사항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구성원들에게도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왔다"는 입장이다.
다른 반발은 대부분 정리되면서 사무연구직 노조의 반발은 이 사장이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로 남았다.
현대아이에이치엘(현대IHL)과 유니투스 김천공장의 생산직 노조와는 파업 진통 끝에 합의가 이뤄졌고, 본계약 직전 현대모비스·OP모빌리티와의 3자 합의도 마무리됐다.
사업부 경영진의 반발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램프BU장(전무)은 7월 이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본계약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박 전무가 9월30일 공시된 분할계획서에 신설법인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그가 제기한 고용 유지 기간 명기 등의 쟁점이 본계약에 반영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는 이 사장이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재편의 첫 대규모 사업부 매각이다.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출신인 이 사장은 2023년 11월 대표에 오른 뒤 '수익성 기반 질적 성장'을 내걸고 전동화·전장 등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고 강조해왔다. 해외 범퍼사업 매각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매각을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