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포스코그룹의 원료 공급망을 활용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제철소 부산물과 그룹이 확보한 리튬을 원료로 쓰는 신공법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2029년에는 모든 생산을 신공법으로 바꾼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우선은 기존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고쳐 4분기 양산에 들어간다.
다만 핵심 원료인 인산은 여전히 그룹 밖에서 조달해야 한다. 첫 양산을 안정적으로 해내 수주를 실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포스코그룹의 원료 공급망을 활용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약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사진은 엄 사장이 1월19일 경북 포항시청에서 진행된 경북도·포항시와 이차전지 소재기업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의 투자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9월29일 증권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8월 국내 배터리 업체와 대규모 공급 합의를 맺은 데 이어 이번 달 하순에는 SK온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LFP 양극재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9월22일 SK온과 1조742억 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1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3년으로, 협의에 따라 2031년 말까지 연장할 수 있다. SK온은 이 양극재를 미국 조지아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퓨처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이어 SK온까지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양극재 고객으로 확보했다.
앞서 8월에는 국내 배터리 업체 한 곳과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 동안 LFP 양극재 19만 톤 이상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본계약을 맺기 위한 협의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간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에 주력해 온 포스코퓨처엠은 LFP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LFP 양극재 생산의 95%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도 엘앤에프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앤에프는 LFP 전담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의 대구 전용공장을 5월 준공했고, 9월까지 연산 3만 톤 규모로 양산에 착수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 3월 삼성SDI와 1조6067억 원, 9월17일에는 SK온과 1617억 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도 각각 체결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12만 톤, 포스코퓨처엠(피노 합작법인 제외)은 7.5만 톤 규모까지 확장 가능하다"며 "공급개시시점이나 생산능력 확장 측면에서 엘앤에프 우위"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이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그룹 밸류체인을 활용한 신공법 생산이다.
포스코퓨처엠은 7월30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LFP 사업을 2026년 라인 전환, 2027년 피노·중국 CNGR과 세운 합작법인, 2029년 신공법 순서로 추진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9월21일 홍콩에서 열린 해외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에서는 2029년 전체 생산을 신공법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 공정은 황산철과 인산으로 인산철(FP) 전구체를 만든 뒤 탄산리튬과 섞어 LFP를 만드는 방식이다. 신공법은 이를 두 단계에 걸쳐 바꾼다.
1단계는 제철소 강판 산세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염화철로 인산철 전구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개발 초기에는 제품에 남은 염소 때문에 세척 공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했지만, 기술을 보완해 추가 세척 없이도 품질 기준을 충족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는 전구체 공정을 아예 생략하는 무전구체 공법이다. 그룹이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확보한 리튬과 인산으로 인산이수소리튬을 만들고, 여기에 제철소 부산물인 산화철을 더해 곧바로 LFP를 만든다.
포스코퓨처엠은 신공법을 적용하면 투자비와 가공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사야 하는 전구체 비용도 덜 수 있다.
전구체 공정을 생략하는 기술은 엘앤에프도 2028년 1개 라인 적용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차별점은 공법보다 원료 일부를 그룹 안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모든 원료를 그룹 안에서 조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홍콩 콘퍼런스 자료에 따르면, LFP의 또 다른 핵심 원료인 인산은 현재 공정과 두 단계 신공법 모두에서 외부 조달 원료로 분류됐다. 현재 공정에 쓰이는 인산철 전구체도 마찬가지다.
양산 초기에는 협력사에서 사들인 전구체를 쓰다가 그룹 원료와 자체 공법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구조다.
결국 당장의 관건은 첫 양산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양극재공장의 하이니켈 생산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전환했고, 올해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SK온 계약기간이 시작되는 2027년 1월을 전후해 품질과 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확보한 수주 물량이 그대로 실적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최소 구매 조항이 없는 예상 물량 계약이다"라며 "공급량은 SK온의 미국 ESS 수주 성과에 따라 정해지므로 SK온의 수주 공시가 실적 확인 지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