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에서 미성년자 대상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대학생을 중심으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2012년 '닐바야 사건'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여성의 안전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올여름 교육부 장관을 물러나게 한 Z세대 '바퀴벌레당'의 열기가 이번 시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델리에서 미성년자 대상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사진은 AI 이미지.
영국 가디언은 9월30일(현지시각) "인도 여성들이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고 외치며 델리 거리를 행진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최근 몇 주간 델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델리대학교 인근 공원에서는 최근 경찰관을 사칭한 남성 3명이 17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했다. 일주일 전에는 스와루프 나가르에서 또 다른 17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됐다.
이뿐만 아니라 침대형 버스에서 16세 소녀가 기사와 안내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과 11세·6세 아동 대상 사건도 보고됐다.
이번 캠퍼스 시위와 거리 행진에는 수백 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인도 당국이 통행금지와 야간 공원 출입 자제 같은 조치로 여성의 자유만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델리대학교 역사학과 학생 바이슈나비 드루브는 가디언에 "이 도시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성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인도 대법원도 이번에 일어난 연쇄 성폭행 사건이 "2012년 닐바야 사건과의 고통스러운 유사점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닐바야 사건은 2012년 12월16일 델리에서 달리는 버스 안에서 23세 여성 조티 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인도 안팎에서 공분이 일었고, 2013년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형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하지만 시위대는 처벌강화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7세 참가자 수바니는 "여성들이 침묵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통계상 인도에서 20분마다 한 명의 여성이 강간당한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를 최근 벌어졌던 '바퀴벌레당' 운동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나온다.
인도에서는 수십만 명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교육개혁을 외친 이른바 '바퀴벌레당' 운동이 벌어졌다. 이는 올해 5월 인도 대법원장 수리야 칸트가 법정에서 일부 실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빗댄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발언에 반발해 온라인을 주요한 무대로 풍자 정당 '바퀴벌레 잔타당(CJP)'에 대한 지지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 운동은 인도 의대 입학시험 등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한 분노와 맞물려 거리 시위로 번졌다. 올해 7월에는 수만 명의 Z세대가 델리에서 행진하기도 했다. 이에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이 7월25일 끝내 사임했다.
로이터는 이를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 정부의 가장 큰 정치적 시련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그 뒤 바퀴벌레 운동은 공립학교 실태 점검으로 이어졌고, 이달에는 총선관리 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