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상징 에펠탑에서 종교단체 방문을 앞두고 여성 직원들이 업무에서 배제된 사건이 거센 후폭풍을 불렀다.
논란이 불거진 지 약 한 달 만에 에펠탑 운영회사 수장도 연말 퇴임을 발표했다.
9월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에펠탑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AP통신은 9월29일(현지시각) 에펠탑 운영회사인 SETE(Société d’Exploitation de la tour Eiffel)의 파트리크 브랑코 루이보 대표이사가 올해 말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018년 말 취임한 지 약 8년 만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5일 에펠탑을 찾은 힌두교 단체 BAPS 대표단의 방문이었다. BAPS는 힌두교 스와미나라얀 계열의 국제 종교·사회봉사 단체다. 당시 대표단은 파리 지역에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힌두교 사원이 문을 연 것을 기념하는 행사 일정의 하나로 에펠탑을 방문했다.
문제는 대표단을 맞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방문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여성 직원들이 대표단과 접촉하지 않도록 동선에서 빠지거나 남성 직원으로 대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에펠탑 운영회사는 방문 준비 과정에 문제가 있었으며 그 결과 여성 직원들이 배제되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힌두교 대표단 방문 당시 여성 직원에 대한 제한 조치에 항의해 하루 동안 파업이 벌어진 뒤, 9월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다시 문을 열었다. ⓒAP/연합뉴스
다만 누가 처음 여성 직원 배제를 요구했는지를 두고는 설명이 엇갈렸다. 에펠탑 운영회사 측은 당초 대표단 방문 과정에서 여성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조건이 전달됐으며 이를 운영 과정에서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BAPS는 자신들이 에펠탑 측에 여성 직원들을 숨기거나 이동시키거나 업무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BAPS는 AP통신에 자신들이 사전에 설명한 것은 소속 승려들이 따르는 종교적 수행 방식이었다고 밝혔다. 승려 개인이 지키는 영적 서약일 뿐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요구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성 직원들은 방문객 개인의 종교적 관행을 존중하는 것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발했다. 결국 이틀 뒤인 9월7일 직원들이 경영진의 대응에 항의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연간 약 700만 명이 찾는 에펠탑은 이날 하루 문을 닫았다.
논란은 곧바로 프랑스 정치권으로 번졌다. 오로르 베르제 프랑스 성평등 담당 장관은 9월7일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프랑스에서는 여성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어떤 교리도 어떤 종교도 공화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야엘 브론피베 프랑스 국민의회 의장도 같은 9월 7일 엑스 계정에 "외국 방문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들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프랑스에서 여성들은 공적 공간을 온전히 차지한다. 누구도 여성들에게 그곳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라고 지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역시 9월7일 엑스에 "프랑스에서 우리는 여성의 존재가 '제한'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진상이 완전히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적 진영을 가리지 않고 종교적 관행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성평등 원칙을 달리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9월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운영상의 이유로 에펠탑 개장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펠탑 운영회사의 대주주인 파리시도 움직였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시장은 파업 당일인 9월7일 엑스를 통해 여성 직원 배제 의혹을 비판하고 사건 경위를 신속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음 날인 9월8일 직접 에펠탑을 방문해 노조 대표들을 만났다. 에펠탑 운영회사 회장 아리엘 베유 등과 함께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경영진도 만났다.
파리시가 이날 공개한 공식 발표에서 그레구아르 시장은 "남녀평등은 협상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니다"며 "어디에서나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시작됐다. 에펠탑 운영회사 내부 조사에는 외부 독립기관이 참여했고, 대주주이자 감독 주체인 파리시도 별도의 조사를 진행했다.
9월29일 공개된 에펠탑 운영회사 측 조사 결과에서는 9월5일 대표단 방문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운영상 문제와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운영회사는 이러한 문제가 결국 당일 여성 직원들이 방문 과정에서 배제되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인정했다.
결국 파트리크 브랑코 루이보 에펠탑 운영회사 대표이사는 올해 말 회사를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브랑코 루이보 역시 자신이 여성 직원을 배제하거나 남성 직원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직원들이 배제되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