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인천 송도에 줄기세포·면역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임상연구용 생산기지를 세웠다. 임상연구에 필요한 첨단바이오물질 생산을 통해, 2016년 출범한 용인 바이오센터에서 10년 동안 쌓은 연구 성과를 이어가는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의 R&D를 총괄하는 박성수 대표이사 사장은 이곳에서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첨단재생의료 및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ell & Gene Therapy)'의 임상 성과를 내고 더 나아가 상업화까지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9월2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소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웅제약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달 28일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안에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소'를 열고 개소식을 열었다.
이곳은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무균 제조 및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임상연구용 줄기세포·면역세포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대웅제약은 연내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 및 처리를 위한 법적 허가를 완료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제조소에서 환자 본인의 세포를 쓰는 '자가 NK세포치료제'를 우선 생산하기로 했다. NK세포(자연살해세포)는 선천면역을 담당하는 면역세포로, 암세포나 바이러스 감염 세포 등을 자율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규제 변화에 맞물려 있다. 보건복지부는 6월 NK세포 등 배양된 자가유래 면역세포를 활용하는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치료의 위험도를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자가 NK세포치료제 역시 저위험 치료계획서 심의만 통과하면 별도의 선행 임상연구 없이 환자에게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정부는 10월까지 위험도 구분·조정에 관한 고시를 제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회사 쪽은 연내 저위험 치료계획 승인을 신청하고 2027년 1분기 거점 병원에 치료 목적의 세포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행 임상 부담을 덜면서 시장 진입 시점을 더욱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 용인은 연구, 송도는 생산, 인도네시아까지 연계
대웅제약은 그동안 용인 바이오센터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 R&D 기반을 확대해 왔다. 아울러 이곳에서는 2020년 준공된 세포치료제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공장을 통해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펼치고 있다.
앞으로 용인 바이오센터와 송도 제조소는 서로 역할을 나눠 협업할 예정인데,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생산은 송도 제조소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송도 제조소는 위탁생산(CMO)나 CDMO보다는 자체 파이프라인을 위한 생산에 집중하고, CDMO는 중장기적인 사업모델로 검토한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대웅파마슈티컬인도네시아'가 2024년부터 현지 GMP 인증을 받은 줄기세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회사는 용인·송도·인도네시아를 묶어 연구·임상·생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바이오 네트워크를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 세포·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에서 역노화까지
송도 제조소 구축은 대웅제약이 첨단재생의료와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하거나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해 질환을 치료하는 접근법이다.
대웅제약은 줄기세포, 면역세포, 세포외소포체(엑소좀), 유전자치료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핵심 자산은 줄기세포 플랫폼 'DW-MSC'로,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개발과 줄기세포 기능 강화용 유전자 전달 플랫폼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DW-MSC는 단일 공여자 유래 cGMP(글로벌 우수의약품 제조 기준) 등급 세포은행을 바탕으로 균일한 특성의 세포를 대량생산하도록 설계됐다. 세포를 반복적으로 확대 배양하면서 특성을 유지하는 기술은 여러 개발 과제에 안정적으로 세포를 공급하기 위한 기반이다.
영국 아박타라이프사이언스와 2020년 세운 합작사 '아피셀테라퓨틱스'는 여기에 유전자 기술을 결합한 '아피셀 플랫폼'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AFX001과 AFX002를 개발 중이다.
연구 폭은 최근 더욱 넓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9월22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CARM 오픈이노베이션 투자 콘퍼런스 2026'에서 줄기세포, 엑소좀,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3대 모달리티를 기반으로 하는 세포 리프로그래밍을 소개하고, 노화된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부분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역노화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5월 미국 턴바이오테크놀로지스의 mRNA 기반 노화 리프로그래밍 플랫폼 관련 지식재산권(IP)과 자산을 인수한 바 있다.
◆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내 첨단재생의료 생태계 구축 앞장
박성수 대표이사 사장은 송도 제조소를 통해 기존 용인 바이오센터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에 속도를 내고 글로벌 임상 승인을 조기에 획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용인 바이오센터와 인도네시아 등 바이오 생산·연구 거점, 송도 제조소 간의 협업 구조를 완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송도 바이오클러스터가 보유한 연구·의료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내 대학·연구기관·의료기관과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자체 연구 성과가 실제 임상과 치료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는 첨단재생의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파이프라인 생산 외에도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내 병원·연구기관의 위탁 물량을 수주해 자립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CDMO 사업 모델'도 마련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