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당시 경쟁자였던 정청래 전 대표와 "함께 뛰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취임 뒤 친청(친정청래)계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취임 직후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서 시작된 마찰은 윤리감찰단 논란과 친청 성향 유튜버 감찰·징계 문제를 거쳐 최근에는 정 전 대표 체제 당시 지방선거 공천 재점검으로까지 이어졌다.
김 대표는 그때마다 특정 계파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친청계에서는 일련의 조치가 결국 '친청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30일 국회에서 열린 '2026년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민주당 안팎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인사와 당 운영, 윤리감찰, 공천 등 여러 영역에서 끊임없이 친청계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각 사안마다 김 대표 측은 나름의 설명과 명분을 내놨지만, 친청계에서는 일정한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취임 1일차 : "정청래·송영길과 함께 뛰겠다", 출발은 '통합'
출발은 '통합'이었다.
김 대표는 8월17일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정 전 대표와 송영길 의원을 끌어안았다. 수락연설에서도 두 사람을 거론하며 "정청래, 송영길 함께 뛸 것이다"라며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모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친청계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김 대표가 이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가 취임 초기부터 과제로 꼽혔다.
취임 4일차 :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 친청 3인 '일방통보' 반발
그러나 첫 충돌까지는 나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취임 4일차인 8월20일 의원총회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전용기 의원과 권미경 한국노총 전국공공연대 노조연맹 위원장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은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최 최고위원은 최고위 의결이 필요한 사안을 최소한의 협의 없이 의원총회에서 먼저 공개한 점을 문제 삼았고, 한 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 일방적 통보로 최고위원회를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역과 성별 등을 고려한 인선이라고 주장했다.
취임 11일차 : 정청래와 공개 충돌, '마이크 독재' 설전
취임 11일차에는 정 전 대표와 공개 설전도 벌어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27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2026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8월27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자신의 중도 확장 노선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 전 대표를 '중도는 없다'는 입장의 대표적 인물로 거론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곧장 페이스북에 "제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논리 전개 도구로 사용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앞뒤 자르고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기 위해 직전 전당대회 경쟁자의 실명을 거명하며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은 폭력적이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김 대표의 발언 방식을 두고 '마이크 독재'라며 "이런 황당한 경우를 20년 동안 본 적이 없다. 너무 무례하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이후 김 대표는 정 전 대표의 주장을 존중한다며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취임 14일차 : 친청 유튜버 이종원 긴급 감찰 지시
사흘 뒤에는 갈등의 범위가 지도부 밖 친청 성향 인사로까지 넓어졌다.
김 대표는 취임 14일차인 8월30일 전당대회 국민여론조사에서 시청자들에게 실제 거주 지역이나 연령과 다르게 답하도록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시사타파TV 운영자 이종원씨에 대한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이씨가 민주당 당원임을 확인했다며 윤리감찰단에 긴급 감찰과 함께 징계 필요성까지 검토해 보고하도록 했다. 당대표 선거 결과에 반영되는 국민여론조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조치라고 김 대표 측은 설명했다.
그간 이씨가 친청 성향 유튜버로 분류돼온 만큼, 친청 진영에서는 이를 계파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이후 이씨는 자신의 실명과 당원 여부를 공개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김 대표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민주당은 이씨가 과거 방송에서 스스로 당원임을 밝힌 사실에 기초한 조치라며 반박했다.
취임 16일차 : 윤리감찰단 "정청래 세력 빨리 장악해야"
취임 16일차에는 김 대표 직속 윤리감찰단 내부에서 계파 갈등을 의심하게 하는 메시지까지 공개됐다.
강민구 전 더불어민주당 윤리감찰단 부단장이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화면. ⓒ최민희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9월1일 강민구 당시 윤리감찰단 부단장이 친석(친김민석)계 박선원 최고위원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메시지에는 "정청래 세력들이 김기표 의원 작업 들어온 듯하다", "빨리 가서 장악해야 할 듯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 부단장은 정 전 대표 체제에서 윤리감찰단 부단장을 지낸 인사 등이 추가 부단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을 경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논란이 불거지자 강 부단장을 임명 하루 만에 즉각 해임했다.
그러나 친청계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해임 조치 자체는 평가하면서도 윤리감찰단이 향후 이중잣대나 표적 감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친청계 최고위원들도 해당 발언을 '분열주의'라고 비판했다.
취임 44일차 : 이번엔 '정청래 체제 공천'까지 재검증
김 대표는 최근 정 전 대표 체제 당시 공천 문제까지 다시 검증대에 올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네 번째)가 9월29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혁신단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9월29일 공천혁신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정 전 대표 체제에서 치러진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점검하기로 했다. 당시 공천 기준과 절차를 둘러싸고 제기된 문제를 조사·분석하고, 민간 여론조사기관을 활용한 경선 방식과 조직적 경선 개입 의혹 등도 살펴본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 대표는 출범식에서 최근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와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취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공천혁신단도 기존 공천 제도의 문제를 보완해 연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을 공식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직전 정청래 지도부에서 이뤄진 지방선거 공천이 다시 점검 대상에 오르면서 친청계에서는 또다시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취임 45일차 : 김민석 직접 해명 "나 비판해서 징계하는 것 아냐"
여기에 이종원씨 징계를 둘러싼 논란까지 이어지자 김 대표는 9월30일 민주당 유튜브 채널 '민티07'에서 이씨가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특별히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고 직접 해명했다.
김 대표는 "어떤 유튜버가 개인적으로 저를 비판해서 특별한 징계 트랙에 올라간다 하는 게 사실 틀리다"며 자신의 비판 여부가 아닌 당의 공식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때문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취임 이후 불거진 개별 사안마다 친청계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는 지역과 성별 등을 고려했다고 했고, 계파를 언급한 윤리감찰단 부단장은 즉시 해임했다. 이씨 감찰 역시 전당대회 여론조사 개입 의혹이 발단이었으며 공천혁신단도 제도 개선을 공식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친청계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부터 윤리감찰단 논란과 친청 성향 인사 감찰·징계, 전임 지도부 공천 재점검까지 일련의 조치가 모두 결과적으로 친청계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청래와 함께 뛰겠다"던 취임 당시의 약속은 아직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히려 갈등은 더욱 불거졌고, 이 와중에 민주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