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 코넬대에서 2년 전 집단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학생이 사건 이후 학교를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학은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학생에게 퇴학·정학 처분을 내리고 사건이 발생한 남학생 사교모임도 폐쇄했지만, 피해 학생을 충분히 보호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9월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이타카에서 한 학생이 코넬대학교 표지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년 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형사수사가 재개된 데 이어 대학의 대응을 들여다보는 외부 독립조사도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의 9월28일(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은 2024년 10월19~20일 뉴욕주 이타카의 남학생 사교모임 ‘카이 파이(Chi Phi)’에서 발생했다. 이에 당시 20세였던 여성은 올해 9월16일 코넬대와 카이 파이, 당시 카이 파이 소속 남학생 7명, 이타카의 술집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여성은 소장에서 술과 약물로 정상적인 동의가 어려운 상태에서 남학생 7명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9월30일 CBS뉴스 뉴욕이 공개한 2024년 11월 경찰 인터뷰 기록에 따르면, 피해 주장 학생은 "성폭행 당했다는 것을 100% 확신한다"고 진술했다. 특히 당시 자신이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불기소 결정을 내렸던 매슈 밴하우튼 톰킨스카운티 검사장은 CBS에 이 상세 인터뷰 전문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단체 채팅방에서 오간 메시지도 논란이다. 9월28일 CBS뉴스 뉴욕이 확보한 스냅챗 대화에는 한 회원이 피해 주장 여성이 성관계가 가능한 상태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올렸고 다른 회원들이 이에 반응한 정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엑스(X, 옛 트위터)에서는 "사건 자체도 끔찍하지만 더 섬뜩한 점은 이들이 단체 채팅방에 이를 알렸는데도 아무도 신고하거나 막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남성들이 다른 남성의 행동을 묵인·방조한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9월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코넬대학교 경찰 건물을 가리키는 표지판. ⓒ로이터/연합뉴스
코넬대는 사건 이후 관련 학생들에게 임시 제한조치를 내리고 내부 조사와 청문 절차를 거쳐 일부 학생에게 퇴학·정학 등의 징계를 내렸다. 카이 파이 지부도 폐쇄하고 교내 활동을 금지했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한 학생은 결국 학교를 떠났다. 9월24일 CBS뉴스 뉴욕은 피해자 측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피해자가 사건 이후 코넬대를 중퇴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 토머스 주프라는 9월28일 CNN '더 리드 위드 제이크 태퍼'에서 피해자가 사건 이후 집으로 돌아가 회복하기를 원했지만, 부모가 요구한 학비 환불을 코넬대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한 학기를 더 학교에 다녔으며, 그 기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과 캠퍼스에서 마주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2년 만에 다시 형사사법 절차로 넘어갔다. 톰킨스카운티 검찰은 9월28일 형사수사를 재개하고 사건을 대배심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민사소송에서 새롭게 제기된 내용 등을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대배심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대학의 대응 자체도 조사 대상이 됐다. 9월29일 AP통신에 따르면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번 사건이 코넬대의 성폭력 예방·신고·대응 시스템과 캠퍼스 문화 전반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외부 법률기관을 통한 독립조사를 요구했다. 코넬대는 이튿날 이를 수용했다.
2024년 2월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코넬대학교 캠퍼스에서 사람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는 미국 뉴욕주 이타카에 위치한 사립 연구중심대학으로 1865년 설립됐으며, 미국 동부의 명문대 8곳을 일컫는 아이비리그(Ivy League) 소속이다.
이제 성폭력을 신고한 학생을 충분히 보호했는지, 대학 경찰이 확보한 피해자 진술이 당시 검찰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피해 학생이 왜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됐는지 등이 2년 만에 다시 검증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