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남자 단거리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한국 육상에 두 명의 젊은 스프린터가 등장했다. 나마디 조엘진(20·예천군청)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3·안산시청)다.
대한민국 대표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와 나마디 조엘진이 28일(현지시각)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아이치현/연합뉴스
두 선수는 지난 25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조엘진이 10초17로 4위, 비웨사가 10초19로 5위에 올랐다.
이어 28일 열린 남자 4×100m 계주 결선에서 서민준, 조엘진, 이재성, 비웨사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38초43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중국과 대만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예선에서 배턴 인계 문제로 실격됐다가 대한육상연맹의 이의 제기 끝에 판정이 번복돼 극적으로 결선에 오른 뒤 따낸 메달이었다.
무엇보다 기록이 눈에 띄었다. 38초43은 한국 신기록이다. 지난해 5월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작성한 종전 기록 38초49를 0.06초 앞당겼다.
한국 남자 계주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 종목에서 2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중심에 조엘진과 비웨사가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28일(현지시각)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 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은 종종 '외국인 선수'로 오해받지만,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조엘진은 2006년 서울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름에도 가족사가 담겼다. 아버지의 성인 '나마디'에 세례명 '조엘', 한자 이름 '진(珍)'을 붙였다. 조엘진은 김포에서 성장해 김포서초등학교와 금파중학교, 김포과학기술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뜻밖의 이력도 있다. 육상선수가 되기 전 아역배우로 활동했다. 2016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끈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카메라 앞에 섰던 소년이 트랙으로 향한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남다른 달리기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했고 결국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비웨사는 2003년 경기 안산에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안산 원곡초등학교와 관산중학교, 원곡고등학교를 나온 '안산 토박이'다.
다만 태어날 당시 부모가 모두 외국 국적이었던 만큼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얻지는 못했다. 한국은 미국 등과 달리 출생지만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출생지주의'가 아니라 부모의 국적을 기준으로 하는 '혈통주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비웨사는 어린 시절 콩고민주공화국 국적으로 생활했다. 한국 국적이 없다는 사실은 육상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제약이 됐다. 뛰어난 달리기 재능을 보였지만 국내 선수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에는 한계가 있었다.
전환점은 2018년 찾아왔다. 비웨사가 중학교 3학년이던 당시 어머니가 오랜 준비 끝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비웨사 역시 미성년 자녀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본격적인 엘리트 육상선수의 길을 걸었다. 원곡고 육상부에서 훈련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성인 무대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단거리 선수로 성장했다.
두 사람에게 한국은 선수 생활을 위해 선택한 나라가 아니라 삶의 전부를 보낸 고향 땅이다.
한국 대표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와 나마디 조엘진이 25일(현지시각)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 결승을 마친 포옹하고 있다. 이날 조엘진은 10초17로 4위, 비웨사는 10초19를 기록하며 5위로 경기를 마쳤다. ⓒ연합뉴스
특히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라이벌 관계다. 이제 두 사람의 시선은 한국 육상의 가장 오래된 벽 가운데 하나를 향한다. 남자 100m 한국 기록이다.
김국영이 2017년 세운 10초07이 9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이제 두 사람은 한국 육상이 오랫동안 넘지 못했던 ‘10초07’의 벽까지 함께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