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실미도'에 등장하는 공작원들이 실제로는 영화에서 묘사된 흉악범들이 아닌 대부분 평범한 민간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 '실미도' 포스터. ⓒ시네마 서비스
국방부는 '실미도 희생자 유족회'의 요구에 따라 지난 7월 영화 배급사 CJ ENM에 안내 자막 수정을 요청했으며, 배급사 측이 이를 수용해 이달 4일부터 수정된 자막을 사용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2003년 12월 개봉한 '실미도'(감독 강우석)는 1968년 창설된 공군 소속 실미도 부대, 일명 684부대의 북파공작원을 다룬 실화 기반 영화다.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등 당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으며, 최종 관객 수 1108만명을 기록해 국내 최초의 '천만 영화'가 됐다.
문제는 영화 속 공작원들의 출신 배경이 실제 역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사형수나 무기수 등 강력범죄자 출신으로 묘사됐으며, 일반인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그러나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실제 684부대 공작원들은 대부분 평범한 민간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방부는 유족회의 요청을 받아 영화에 삽입된 안내 자막을 수정했다. 새 자막에는 "영화 '실미도'에서 부대 공작원들을 특수범죄자, 사형수, 무기수로 묘사한 것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상황 설정됐다. 영화 '실미도'로 인해 고통을 받으신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과 유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국방부는 지난 4일부터 수정된 안내 자막이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반영될 수 있도록 각 OTT 업체에도 자막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1968년 1월 김신조 등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한 사건을 계기로 실미도 부대가 창설된 배경을 다룬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에 대응해 독자적 대북 보복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중앙정보부 주도로 같은 해 4월 북한 침투를 목표로 한 실미도 부대가 만들어졌다. 일명 684부대로 불린 이 부대의 공작원들은 김일성 당시 북한 국가주석 암살을 목표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이 같은 훈련 과정에서 공작원 31명 가운데 7명은 훈련 과정에서 사망했고, 나머지 24명은 약 3년4개월 동안 실미도에 완전히 격리된 채 부당한 대우 속에서 생활했다. 결국 이들은 1971년 8월 부대 요원들을 살해한 뒤 실미도를 탈출해 서울로 향했고, 군경과 대치하며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20명이 숨졌다.
살아남은 4명은 사형을 선고 받았고 이듬해 형이 집행됐다. 당시 공군은 사형 집행 사실을 가족 등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시신 역시 유족에게 인도하지 않은 채 암매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