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는 입장문을 낸 데 이어, 청와대가 이를 반박하자 하루 만에 추가 입장문을 통해 재반박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직접 대법원을 찾아 조 원장에게 재제청에 나서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와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앞줄 왼쪽 세 번째) 등이 23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 거부와 관련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재제청 요청과 관련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제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흠결'이 존재한다는 사유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기초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자 재제청 요청 공문에는 재제청 요청의 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돼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갈등은 지난달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서 본격화됐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올해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후임 제청은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1월21일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4명을 후보로 추천한 뒤에도 제청이 미뤄졌다. 이후 조 대법원장은 8월18일 손봉기 부장판사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서면 제청했다.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는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함께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8월28일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실질적 협의 없이 손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해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며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달라고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요구가 나온 지 25일 만인 22일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다"라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다"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6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다. 21일 김성수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관 14명 가운데 공석은 한 자리로 줄었지만,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3월부터 이어진 공백은 200일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이날 조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한병도 원내대표와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한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두고 "주권자인 국민과 싸우자는 선전포고다"라고 비판했고, 서 위원장은 "지금 당장 재제청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당장 조 대법원장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재제청 거부 자체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지도부는 국민 설득 과정이 우선이라는 뜻을 내놨다. 대신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를 받으면 일정 기간 안에 다시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 등 제도적 대응책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