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들이 저마다 덧붙인 규제와 행정절차가 역내 교역에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17개 회원국이 따로 '관료주의적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동맹을 결성했다. 유럽의 단일시장 출범 30여 년 동안 존재했던 '보이지 않는 국경'을 걷어내 EU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유럽연합의 17개 회원국이 유럽 내 관료주의적 비효율을 문제 삼아 비용 감축을 위한 동맹 체제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EU의 17개 회원국이 '관료주의 부담 감축 동맹'을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동맹은 EU의 무관세에도 불구하고 국가별 규제가 상이해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사정에서 비롯됐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2025년 12월 발간한 경제보고서에서 EU 회원국 간 교역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관세 상당치로 환산하면 상품은 67%, 서비스는 약 95%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각종 비관세장벽을 관세율로 환산하면 이 정도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이는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위협했던 최고 관세율(5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의 단일시장은 1993년 출범했지만 EU 규정이 각국에 적용되며 추가 규제로 작용하면서 비관세 장벽의 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각국 기업이 국경을 넘을 때 발생하는 인증이나 서류 업무 등 행정 절차가 단일시장이 됐음에도 여전히 일부 남아 있어 교역 비용으로 작용한다. 단일 시장을 통합하는 데 성공했지만 사실상 '보이지 않는 국경'이 여전히 일부 남아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년간 EU 규제를 대폭 축소하기 위해 일련의 법안을 시행해왔다. 하지만 이는 EU 차원의 규정을 직접 손질하는 방식으로 규제 간소화를 추진해온 것이라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이번 17개 회원국의 '관료주의 부담 감축 동맹'은 각 회원국들의 추가 규제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더해 기존 EU의 규제가 현지 실정과 맞는지 점검하고 새로운 규제가 추가될 때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평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각국 기업에 부담만 주는 규제나 행정절차는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이 과감한 규제 개혁에 나선 배경에는 자국내 기업들이 미국, 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들에 견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와 행정절차로 인한 비용을 줄이면 그 시간과 돈을 EU 회원국의 투자, 고용, 성장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각국 국내 규정을 없앨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각 국가마다 규제를 두는 것은 EU 법에도 저촉되지 않는 만큼 이번 동맹 체제 구축이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또한 유럽경제사회위원회(EESC)는 2018년 회원국들의 추가 규제와 관련한 의견서를 통해 "EU의 최소 기준을 넘어서는 각 회원국의 규제를 불필요한 규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럽노동조합연맹(ETUC) 역시 2024년 성명문을 통해 "각국의 규제 완화가 자칫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각국 규정까지 '불필요한 규제'로 취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 보건, 안전, 평등 분야에서는 EU 최소 기준보다 높은 보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