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소비자들이 예상치 못한 맛의 조합 찾기에 열중하고 있으며 음식이 아닌 제품에까지 맛의 경험을 확장하려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피클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식당 메종 피클에서 판매 중인 피클 케이크. ⓒ인스타그램=maisonpickle 캡처 이미지
미국의 폭스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는 21일(현지시각) 미국에서 Z세대(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피클 맛 스낵의 매출이 지난 1년간 30% 늘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전체 스낵 시장은 3.8% 성장에 그쳤다.
미국의 식음료 제조사 펩시코에선 2025년에 한정판 과자 '피클 맛 치토스'를 출시했고 이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치토스가 됐다. 또한 피클 맛 트레일 믹스(견과류를 섞은 주전부리 간식) 판매량은 미국에서 최근 1년간 10% 가량 늘었다. 피클 맛 솜사탕, 피클 핫 소스와 같은 다양한 제품들도 출시되며 '피클 맛'의 인기가 확산했다.
미국 내 피클 열풍은 외식 업계로도 번졌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식당 '메종 피클'에선 스물네 겹 짜리 피클 케이크를 165달러(약 22만 원)에 판매해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뉴욕의 또 다른 식당인 '제이콥스 피클스'에선 샌드위치나 치킨 등의 음식에 피클을 올린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기도 했다.
피클 맛 열풍은 음식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피클로 씻고, 심지어 피클 향을 뿌리기까지 한다. 미국의 위생용품 브랜드 프레시 피그는 피클 특유의 향과 맛을 적용해 '피클 맛 치약'을 출시하며 누리꾼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피클 비누와 피클 향수까지 등장했다.
미국 위생용품 브랜드 프레시 피그의 피클 맛 치약(위쪽)과 미국 향수 브랜드 위키드 굿의 피클 향수 ⓒFresh Fig, Wicked Good 웹사이트 캡처
스팸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식품회사 호멜 푸즈의 소비자 인사이트 책임자 데이브 앤더코는 지난달 2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피클 맛' 열풍을 두고 "음식에 재미를 찾는 시대의 흐름이 깔려 있다"며 "다양한 음식을 기꺼이 시도해보려는 움직임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2019년 마라탕 열풍을 계기로 '마라 맛' 자체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은 적이 있다. 마라탕에서 시작된 열풍이 마라 치킨, 마라 떡볶이, 마라 라면 등으로 빠르게 번졌고, 최근에는 흑임자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듯 보인다. 흑임자 라떼, 흑임자 젤라또, 흑임자 케이크까지 등장하며 다양한 음식에 붙는 하나의 '맛'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음식 자체보다 음식이 가진 '특징'을 소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정 음식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을 떼어내 다른 음식에 이식해 소비한다는 것이다. 피클의 '시큼하고 새콤한' 느낌, 마라의 '얼얼하고 매콤한' 느낌을 다른 음식이나 제품군에서 느끼려 하는 셈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서카나는 2026년 9월10일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스낵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다른 문화의 맛, 특히 서로 예상하지 못한 맛의 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바라봤다.
또 다른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는 2026년 맛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이 단순히 맛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향, 질감, 외관까지 포함한 다층적인 감각 경험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음식에서 다른 음식으로, 심지어 먹을 수 없는 제품에까지 '맛의 경험'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