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2년 차 청와대를 이끌 새 얼굴에 관심이 쏠린다.
차기 비서실장으로는 천준호·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이 대통령과 가까운 친명계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무수석 후보군에는 비명·친문계인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이름을 올렸다. 이 대통령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측근을 중심으로 새 인사를 꾸릴지, 친문·비명계까지 아우르는 인사를 택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천준호(왼쪽부터)·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연합뉴스
22일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강 실장이 전날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청와대를 중심으로 여권 내부에서는 후임 인선 논의가 본격화됐다.
강 실장은 최근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 등으로 인사 검증 책임론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전날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며 "아직은 제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공식적 사표 수리는 유보했지만 여권에서는 순방 이후 강 실장의 사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후임 인선을 둘러싼 하마평도 본격화하고 있다.
후임 비서실장 후보로는 천준호·한준호·이해식·박성준 의원 등이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이들 모두 현역 민주당 의원이자 이 대통령과 당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이다.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이 2022년 처음 민주당 대표에 선출됐을 당시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다. 당시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고, 이후 이 대통령의 두 번째 당대표 체제에서는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원내운영수석부대표를 맡고 있어 청와대와 당 사이의 조율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 의원은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고, 2022년 이 대통령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수행실장으로 곁을 지켰다. 이후 두 번째 당대표 체제에서는 최고위원을 지냈다. 후보군 가운데서도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보좌해온 인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해식 의원 역시 이 대통령의 두 번째 당대표 체제에서 비서실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대선에서도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장을 지냈다. 서울 강동구청장을 세 차례 지낸 행정 경험도 있다. 박성준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았고, 이 대통령의 첫 번째 당대표 체제에서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KBS·JTBC를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대언론 소통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 모두 현역 의원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청와대로 자리를 옮길 경우 의원직 사퇴에 따른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여권에서는 전직 의원 등 비현역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정무수석 후보로 거론되는 박광온 전 원내대표다. 박 전 원내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대표적 비명계 인사로, 친문계와도 가까운 인물로 분류돼왔다.
특히 이 대통령과는 2023년 체포동의안 사태라는 정치적 고비를 함께 겪었다. 당시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고 박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였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당 지도부의 부결 호소에도 국회에서 가결되자, 박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도 극단으로 치달았다.
따라서 박 전 원내대표가 실제 정무수석에 발탁된다면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과거 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다른 진영에 섰던 친문·비명계 인사를 청와대 핵심 정무라인에 기용하면서 여권 내부의 결합을 꾀하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전날 미국·멕시코 순방 출국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번 통화를 두고 "국정 운영과 국민 통합을 위한 여러 의견을 경청해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