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노무현 평전'을 선물했다. 앞선 7월 전당대회 국면에서 멸칭 논란으로 지지층 갈등이 극에 달하던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것과 비슷한 통합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분열이 깊어지는 동안 침묵하다 뒤늦게 나선 한두 차례 행보만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7월1일 청와대에서 대화하며 오찬장인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청와대 직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노무현 평전을 전달했다. 노무현 평전은 노 전 대통령 탄생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노무현재단이 처음으로 펴낸 공식 서적이다. 노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 연설기획관 등을 지낸 윤태영씨가 지었다.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당내 통합을 강조하는 행보에 부쩍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모두 친문(친문재인)이고 친노(친노무현)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통화해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후 청와대 새 정무수석으로 친문계인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하마평에 올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 '순방 패싱' 논란 이후 관계 이상설이 제기됐던 정청래 전 대표와도 통화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과로 등으로 입원 치료를 하던 정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묻고 쾌유를 기원했다.
그러나 일련의 행보들이 지지층 갈등 봉합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의 갈등은 '문조털래유'라는 멸칭이 처음 등장한 지난해 9월부터 1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일부 조장하는 듯한 행보까지 보였다.
이 대통령의 엑스(X, 옛 트위터) 활동이 지지층 간 새로운 논쟁을 낳은 때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6월 엑스에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자, 이를 정청래 당시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한 지지층과 이에 반발한 친청(친정청래)계 사이 공방이 일기도 했다.
비슷한 장면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12일 엑스에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적었다. 검찰개혁과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을 둘러싼 내부 비판이 거세지던 시점이어서 진보 진영 내 비판 세력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의 최근 통합 행보만으로는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 작가는 전날인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에 출연해 "말 한마디로 빚어진 문제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행위의 결과"라며 "기자회견에서 단합해야 되고 뭐 이런 말로 정리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