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조7천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뒤로 하고 1년 만에 2조 원 이상의 이익 개선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3분기까지 일회성 요인 덕을 본 뒤 4분기부터는 미국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으로 실적 개선세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에서 지속해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 안정화는 최 사장이 풍부한 수주잔고를 소화하면서 ‘북미 셀 메이커’로서 지닌 삼성SDI의 지위를 강화하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ESS용 LFP 배터리 양산 안정화를 통해 실적 개선에 토대를 다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최 사장이 3월18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삼성SDI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삼성SDI
24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삼성SDI의 흑자전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 삼성SDI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38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거뒀던 1조7224억 원의 영업손실을 딛고 1년 만에 영업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2024년의 영업이익 3363억 원도 넘어서는 시장 기대치다.
특히 최근 들어 삼성SDI를 향한 눈높이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1일 iM증권은 삼성SDI의 올해 영업이익을 5700억 원으로 예측했다. 앞서 15일 NH투자증권은 삼성SDI가 올해 803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는 당초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고 점쳐졌던 2분기 2038억 원의 ‘깜짝 흑자’를 기록했고 이후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속해서 상승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가 5천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고 3개월 전에도 여전히 연간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삼성SDI 실적을 향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최 사장의 자신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3월 삼성SDI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실적 턴어라운드(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면서도 “하반기 내 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등을 노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7월 열린 삼성SDI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는 “올 초 약속드린 대로 올해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을 보였다. 각 사업부의 성과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최 사장에게 긍정적 부분은 올해 말 삼성SDI 영업이익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는 점이다. 그동안 일회성 요인에 힘입었던 것과 비교해 4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 배터리가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2분기 깜짝 흑자전환의 주요 재료는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호 관세 환급금이다. 이어 삼성SDI는 3분기 2500억 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을 청산함에 따른 보상금이 1500억 원 안팎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4분기부터는 실적 성장이 지난 2개 분기에서 나타난 일회성 요인이 아닌 사업 경쟁력에서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최 사장은 10월부터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전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첫 양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직접 생산한 ESS용 배터리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21일 삼성SDI 분석보고서에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사업별 실적을 보면 ESS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개선세가 뚜렷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 LFP 생산라인 가동이 본격화하는 4분기에는 매출 증가 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배터리 시장은 ESS용 제품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미 시장 규모에서 ESS용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기자동차용 제품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ESS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0%대 후반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60% 가까이로 급증했다.
최 사장도 미국에서 삼성SDI가 GM과 손잡고 추진하던 합작법인 시너지셀즈 지분을 100%로 모두 품고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수요 대응에 고삐를 죄고 있다.
최 사장에게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양산하는 LFP 배터리의 생산 안정화 달성이 향후 삼성SDI를 향한 실적 증가 기대를 만족할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미국 ESS용 배터리 생산거점은 중국을 향한 제재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삼성SDI의 강점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투자액의 일정 비율에 세금을 낮춰주는 투자세액공제(ITC)가 유지되고 있다.
이 두 정책 모두 금지외국기관(PFE) 생산 부품이 포함되면 수혜가 제한되고 별도로 중국산 배터리 및 배터리소재에 추가 관세도 부과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AMPC와 ITC가 일몰하고 중국산 배터리 규제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현지 생산체제를 안정화하고 이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SDI는 2028년부터는 현재 생산능력을 넘어서는 ESS용 배터리 수주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10월부터 개시될 LFP 배터리 양산은 향후 대규모 일감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첫 시험대인 셈이다.
삼성SDI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엘앤에프로부터 LFP 양극재를 공급받고 이후 3년을 추가 공급받을 수 있는 선택권도 쥐었는데 이는 안정적으로 비중국 소재를 활용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15일 2차전지산업 보고서에서 “AMPC와 ITC 혜택이 2030년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등 미국 시장 내 정책적 수혜와 현지 인프라 중심 차별적 경쟁우위는 한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저가형 범용 LFP 중심으로 시장이 고착화하는 만큼 배터리기업들은 우호적 미국 시장환경 안에서 생산경험을 축적하고 원가경쟁력 개선 및 공급망 구축을 통해 경쟁이 심화하는 시장환경에 대응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