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 중앙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히 현지 매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시설과 운송망, 유통망을 잇따라 확보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넘어 주변국으로 뻗을 수 있는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20일 K-기업의 카자흐스탄 진출 현황을 종합하면 CJ와 롯데, BGF 등은 현지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중앙아시아 주변국으로 사업을 넓힐 기반을 닦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지 생산시설을 추진하고,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운송망 확대 기회를 잡았다. BGF리테일은 국내 물류망과 현지 유통망을 연결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만들고, 옮기고, 판매하는 기능이 하나씩 갖춰지고 있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9월15일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누를란 자크포프 삼룩카즈나 의장(오른쪽 네 번째), 안드레이 신 신라인그룹 회장(오른쪽 여섯 번째)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물류기업,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전체를 노린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물류 기업들은 단순한 현지 화물 운송을 넘어 터미널과 환적시설 등 물류 인프라를 직접 확보해 나갈 태세를 보이고 있다. 운송망뿐 아니라 보관·환적 기능까지 갖추면 카자흐스탄을 거쳐 중앙아시아 각국으로 물류를 연결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 전체 물류의 전초기지가 되는 셈이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카자흐스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와 CJ대한통운에 물류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했다. 한국 기업이 터미널과 환적시설 등에 투자하고 카자흐스탄이 주요 구간의 운송 우선권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카자흐스탄을 거쳐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운송 구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존 현지 협력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운송망을 넓힐 기회를 맞았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기업 신라인그룹과 중앙아시아 물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중앙아시아 물류 선도’ 공동 비전을 내놓고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통합 물류와 현지 이커머스 풀필먼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카자흐스탄에 특화한 물류 운영 모델과 현지 사업 기회도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신라인그룹의 현지 제조·유통망과 CU 매장에서 발생하는 물류 수요를 기반으로 현지 운송망을 넓히는 한편, 정부의 물류 합작 제안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확대 공간이 커졌다.
CJ대한통운은 이미 구축한 카자흐스탄 거점에 물류 인프라를 더해 중앙아시아 네트워크를 넓히려 한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알마티 연락사무소를 설립한 뒤 2017년 중동·중앙아시아 중량화물 물류기업 이브라콤(IBRACOM) 지분 51%를 인수해 CJ ICM을 출범시켰다. CJ ICM은 알마티를 기반으로 중동·유럽·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중량화물과 프로젝트 물류 사업을 하고 있다. 현지 터미널·환적시설까지 확보하면 기존 네트워크와 연결해 중앙아시아 각국으로 운송 범위를 넓힐 수 있다.
◆K-푸드 현지에서 만들고, 현지에 판다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K-기업들은 현지에서 제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기반도 넓히고 있다. 새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부터 기존 생산기지를 활용해 수출처를 늘리는 기업, 현지에서 검증한 유통 모델을 인접국으로 확장하는 기업까지 진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카자흐스탄에 K-푸드 생산 거점을 새로 만든다. 지난 15일 알라타우시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K-푸드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으며, 생산시설에 물류·자동화 시스템을 연계해 카자흐스탄과 인근 국가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롯데웰푸드는 이미 확보한 생산기지를 활용해 수출 지역을 넓히고 있다. 카자흐스탄 자회사 롯데라하트JSC는 알마티와 심켄트에 생산기지를 두고 연간 10 만톤이 넘는 생산능력을 갖췄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해온 데서 나아가 걸프 국가와 코카서스 지역으로 수출처를 넓혔고, 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카자흐스탄에서 검증한 편의점 브랜드 CU의 운영 모델을 인접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 3월 카자흐스탄 1호점을 연 뒤 약 2년 반 만에 70개점으로 늘렸으며, 현지 파트너가 출점과 운영을 맡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인접 시장으로 CU를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내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지는 상품 공급망도 현지 점포망과 연결되고 있다. BGF리테일이 부산 국제산업물류도시에 2600억 원을 투자해 완공한 물류센터는 영남권 CU뿐 아니라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하와이 등 해외 CU 매장에도 상품을 공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