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계속해서 연장되는 상황을 놓고 정유·주유소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등을 이유로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석유 최고가격제는 6개월이 지난 현재 10차 연장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에 정유·주유소업계가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늘 오후 6시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발표한다.
일명 석유 최고가격제로 불리는 '석유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 및 과잉수출제한에 관한 규정'은 정유사의 석유 제품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제도다.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상승한 유가에 대응해 3월13일 시행됐으며, 현재 9차까지 연장돼 왔다.
고유가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정유업계와 주유소들의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정유업계가 (석유 가격 안정 등을 위해) 발 맞춰 나가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국제와 국내의 석유 가격 차이가 계속 벌어져왔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들의 손실을 사후 보전해준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최고가격제 시행 6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보전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석유 가격에 상한이 걸리며 정유사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 판로를 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정부는 정유사들에 주요 석유 제품의 매월 수출 물량이 1년 전 같은 기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제한'까지 걸었다.
주유소업계 역시 최고가격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주유소 마진이 크게 축소됐다"며 "최소한의 영업이익조차 확보하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생활 안정 등을 목적으로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는 기름을 얼마나 넣느냐에 비례해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그러나 이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홍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 부연구위원은 한국법제연구원이 6월 발간한 '법연 91호'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의 수혜 구조가 '역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는 기름을 사는 모든 소비자에게 리터당 동일한 혜택을 준다"며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연료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나라살림연구소의 4월 '소득분위별 교통비 지출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에서 조사한 소득 하위 20% 가구의 66.7%는 주유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 중 주유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는 곳은 4.6%뿐이었다. 수혜를 볼 여지 자체가 없는 가구가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