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행락철을 맞아 동해안을 찾는 낚시객과 관광객이 늘면서 테트라포드에서 발생하는 추락·고립사고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 중인 낚시꾼들. AI로 생성한 그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8일 강원 고성군 대진항 방파제에서 테트라포드의 위험성과 실제 인명구조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시연 행사를 열고, 낚시객과 관광객들에게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는 가을철 동해안을 찾는 행락객들에게 테트라포드의 구조적 위험성을 알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테트라포드 사이로 사람이 추락했을 경우 무리하게 스스로 빠져나오거나 다른 사람이 구조를 위해 진입하는 행동이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테트라포드는 왜 위험한가?
테트라포드는 파도를 막아 해안과 항만 시설을 보호하는 방파제 구조물이지만, 낚시나 관광을 위해 위에 올라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매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테트라포드 특유의 구조다. 둥글고 경사진 콘크리트 블록이 서로 맞물려 있어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아래쪽 틈새로 추락할 수 있다. 특히 바닷물과 해조류, 물이끼 등이 표면에 묻으면서 매우 미끄러워지기 때문에 작은 부주의에도 쉽게 균형을 잃는다.
한번 추락하면 스스로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표면이 매끄러운 데다 손으로 붙잡을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아 몸을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테트라포드 표면에 붙어 있는 따개비 등에 부딪힐 경우에는 피부가 찢어지는 등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어 과다출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테트라포드에서 떨어진 낚시꾼이 구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접근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테트라포드 안쪽은 외부에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진입로 역시 험해 구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파도 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사고자가 내부에서 아무리 크게 구조를 요청해도 외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 시연 과정에서도 테트라포드 내부에서 발생한 비명과 구조 요청이 바깥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에서 들리는 파도 소음이 자동차 경적 소리와 맞먹는 수준이어서 사고자의 목소리가 주변 소음에 묻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락 자체가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테트라포드 사이의 틈새 깊이는 일반적으로 3~4m에 달하며, 규모가 큰 구조물의 경우 6m 이상으로 아파트 3층 높이를 넘기도 한다. 사람이 아래로 떨어질 경우 여러 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연이어 부딪히면서 골절이나 두부 손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번 시연에서는 마네킹을 테트라포드 사이로 떨어뜨리는 실험도 진행됐다. 머리부터 추락한 마네킹의 두부가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크게 파손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테트라포드 추락사고의 위험성을 보여줬다.
실제 사고 통계, 위험성을 숫자로 보여주다
실제 사고 통계에서도 위험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해해경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 3일까지 강원·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테트라포드 사고는 모두 106건으로, 이 가운데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양경찰청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국적인 사고도 적지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2021~2026년 7월) 테트라포트 안전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여간 총 198건의 테트라포드 사고가 발생해 사망 34명, 구조 170명 등 총 20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역별 안전사고 발생 현황은 어항구역 147건(74%), 항만구역 37건(19%), 연안구역 14건(7%)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연령별 안전사고 발생 현황은 60대가 57명(28%)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50대 42명(21%), 70세 이상 36명(18%)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낚시 인구가 많은 중·고령층에서 사고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위험 인식 부족과 단속 강화
디즈니+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에서 테트라포드에 주연 여배우가 몸을 숨기는 장면이 연출됐다. ⓒ디즈니+
문제는 이처럼 위험한 구조물임에도 테트라포드 출입을 심각한 위험행위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하는 행위가 일상적인 낚시 활동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있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드라마 등에서도 테트라포드 사이로 내려갔다가 빠져나온 경험을 마치 무용담처럼 소개하거나 관련된 장면을 연출해 위험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테트라포드 무단침입 단속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테트라포드 출입통제구역에서 단속된 사례는 2023년 13건에서 2024년 52건, 2025년 76건으로 늘었다. 2026년 상반기에는 25건이 단속됐다.
이에 따라 해경과 지방자치단체도 출입 통제와 안전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테트라포드가 설치된 해안가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거나 위험성이 높은 일부 지역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방파제 주변에 위험 표지판과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 사고 예방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해경이 지정한 출입 통제구역은 2026년 8월 기준 20곳으로, 2015년 첫 지정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돼 왔다.
무단출입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 출입 통제구역에 들어갈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는 최대 100만 원이지만, 2027년 5월13일부터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 최대 300만 원으로 상향된다. 전북 부안군 구시포항에는 첨단 안전시설을 활용한 예방책도 도입하고 있다. 접근하는 사람을 감지해 자동으로 음성 경고를 내보내는 센서형 음성 안내기와 태양열 LED 경고등 등을 설치해 출입 통제구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