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가 왼쪽 다리를 잃은 전직 이스라엘 군인 샬레브 비톤을 절단 장애인용 '한짝 신발'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전직 이스라엘 군인 샬레브 비톤이 아디다스 매장에서 신발을 신어본 뒤 의족을 착용한 채 야외를 달리고 있다. 해당 장면은 히브리어로 제작된 아디다스 홍보 영상에 담겼다. ⓒ아디다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다리를 잃은 팔레스타인인이 5천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절단 장애인을 위한 신발 광고의 얼굴로 이스라엘군 출신 인물을 택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SNS에서는 ‘#BoycottAdidas(아디다스 불매)’ 움직임까지 번졌다.
비판이 커지자 아디다스는 사과했다. 아디다스 아라비아는 7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에 “최근 현지 프로모션에 사용된 이미지가 우려와 강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이로 인해 영향을 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제기된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포용성은 아디다스의 핵심 가치이며,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는 데 계속해서 전념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된 광고는 아디다스의 ‘싱글 슈(Single Shoe)’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됐다. 절단 장애인 등 한쪽 발에만 신발이 필요한 고객이 신발 한 짝을 한 켤레 가격의 절반에 살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올해 유럽에서 먼저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현지 캠페인에는 장애인 운동선수 11명이 참여했다. 그중 한 명이 전직 이스라엘 군인 샬레브 비톤이었다. 히브리어로 제작된 홍보 영상에는 비톤이 아디다스 매장에서 신발을 신어본 뒤 의족을 한 채 야외를 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그의 군 복무 경력이나 다리를 잃게 된 경위는 언급되지 않았다.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비톤은 이스라엘방위군(IDF) 나할 보병여단에서 복무했다. 2021년 5월12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인 ‘성벽의 수호자 작전(Operation Guardian of the Walls)’ 당시,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대전차 미사일이 국경 이스라엘 쪽에서 순찰 중이던 군용 차량을 타격하면서 중상을 입었다. 결국 왼쪽 다리를 절단했고, 재활 치료를 거쳐 현재는 의족을 착용하고 달린다.
논란의 핵심은 ‘절단 장애인을 위한 캠페인’이라는 취지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10월 보고서에서 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5천 명 이상이 팔다리를 절단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약 4만2천 명이 장기적인 재활이 필요할 정도로 삶을 바꿔놓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WHO가 2026년 5월 내놓은 업데이트에서도 절단 사례는 5천 건 이상이었다. 절단 환자 5명 중 1명은 어린이로 추산됐다.
광고가 SNS를 통해 확산되자 비판은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팔레스타인 관련 소식을 전하는 활동가 그룹 ‘아이 온 팔레스타인(Eye on Palestine)’은 지난 3일(현지시각) SNS에서 아디다스의 모델 선정이 “분노와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군 출신 인물을 광고에서 부각하면서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다리를 잃은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의 현실은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팔로워 30만 명 이상을 보유한 팔레스타인 활동가 아비르 카티브(Abeer Khatib)는 엑스(X·옛 트위터)에 “내가 가진 아디다스 제품을 전부 태우겠다”고 썼다.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디다스 불매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공유했다. ‘#BoycottAdidas’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광고 속 비톤의 모습과 가자지구의 절단 장애 아동 사진을 나란히 놓은 게시물도 퍼졌다.
아디다스가 사과한 뒤에는 ‘어디에 사과문을 올렸느냐’를 두고 또 다른 비판이 나왔다.
요르단 출신 영화감독이자 활동가 알라 함단(Ala Hamdan)은 7일 엑스에 “아디다스 중동 계정은 팔로워가 150만 명도 안 되는데 그곳에서는 이 수치스러운 캠페인에 사과했다”며 “반면 팔로워 3천만 명인 아디다스 본사 계정은 사과하지도, 심지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과 이후에도 불매 요구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스라엘 학술·문화 보이콧을 위한 팔레스타인 캠페인(PACBI)은 아디다스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며 비톤이 등장하는 모든 홍보물과 채널에서 해당 콘텐츠를 즉각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광고 모델인 비톤은 자신에게 쏟아진 공격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5일 인스타그램에 최근 며칠 동안 “엄청난 증오의 물결”을 겪었다고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다.
아디다스는 이번 광고가 글로벌 캠페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현지 팀이 제작한 지역 프로모션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톤 역시 아디다스가 이스라엘에서 내세운 유일한 모델이 아니라 캠페인에 참여한 장애인 운동선수 11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한편 논란의 불똥은 아디다스와 협업 중인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 제니에게도 튀었다. 일부 해외 팬과 네티즌들은 제니의 아디다스 협업 게시물에 “제발 이 브랜드를 떠나달라”, “아디다스와 관계를 끊어라” 등의 댓글을 남기며 보이콧 동참을 요구했다. 제니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 제니’ 컬렉션에 공동 디자이너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