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전력 장비의 도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력 인프라 자국우선주의 기조로 현지 생산 거점을 둔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백악관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월26일(현지시각) '미국 대규모 전력 시스템(Bulk-Power System) 보호를 위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 14420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전력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 등의 악의적 행위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번 명령으로 미국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 또는 재산이 '외국산' '대규모 전력 시스템 전기 장비'를 취득·수입·이전·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번 명령에서 대규모 전력 시스템 전기 장비에는 변전소 변압기, 고전압 차단기, 리액터,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캐패시터, 대형 발전기, 발전 터빈, 무정전 전원 공급(UPS)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외국산은 미국에서 제조, 생산, 또는 조립되지 않은 제품으로 정의됐다.
구체적 시행 규정은 명령 서명일 기준 120일 안에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가 에너지 인프라를 조달할 때 미국산 제품을 우선하도록 했다. 이에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80일 안에 미국산 에너지 인프라가 우선 조달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연방조달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월27일 이번 명령이 국내 전력기기 업체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퇴출에 따른 수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미국 전력기기 시장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미국 현지 생산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손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미국 전력망 공급망의 진입장벽 상승과 현지 생산 프리미엄 확대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미 미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한국 업체 가운데 현지 생산기지를 보유·확대하고 있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의 경쟁우위가 더욱 강화될 수 있는 이벤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