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와 '오디세이'가 나란히 관객 1천만 명을 향해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극장을 찾는 일이 많아진 가운데, 어린 자녀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려는 젊은 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갓난아기를 일반 상영관에 데려가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영화관을 찾은 젊은 부부, 아이는 울고 있다. AI 이미지.
27일 기준 네이버 영화 누적 관객 수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는 826만 명, '오디세이'는 765만 명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높은 관객 동원력을 보이면서 영화계에서는 1천만 관객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극장가에 모처럼 훈풍이 불면서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로 영화관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영화관은 일반적으로 보호자가 동반한 48개월 미만 영유아의 경우 별도 좌석을 이용하지 않으면 무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오디세이'처럼 15세 이상 관람가인 작품도 보호자와 함께라면 48개월 미만 영유아가 관람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를 보러 갔다가 영화관에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부모를 봤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다른 관객에 대한 관람 에티켓 문제와 별개로, 보호자가 함께한다고 해서 갓난아기에게 일반 영화관 환경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청각과 시각이 아직 발달하는 영아에게는 영화관의 소음과 강한 화면 자극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각 : 영화관의 큰 소리, 영유아에게 더 부담
아기 귀. AI로 생성한 이미지.
영화관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단순한 관람 에티켓을 넘어 영유아의 청각 건강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영유아는 성인보다 외이도가 좁고 짧아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귀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증폭돼 전달될 수 있다. 여기에 청각 기능 자체가 발달하는 시기인 만큼 큰 소음에 더욱 취약하다.
미국소아과학회(AAP)를 비롯한 소아 청각 전문가들도 어린이가 큰 소리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영유아에게 적절한 소음 수준은 조용한 사무실 정도인 50데시벨(dB) 이하가 권장되며,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노출 시간과 반복적인 노출 여부도 청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7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청력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120데시벨 이상의 매우 큰 소리는 짧은 시간의 노출만으로도 청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영화관에서는 작품에 따라 폭발음이나 음악 등 순간적으로 큰 소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영유아를 동반해야 한다면 귀마개나 헤드셋 등 청력 보호 장비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영화관에 따라 영유아용 청력 보호 장비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보호자가 직접 준비해야 할 수 있다.
시각 : 대형 화면과 빠른 장면 전환도 자극
아기 눈. AI로 생성한 이미지.
대형 스크린이나 빠른 장면 전환이 갓난아기의 눈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킨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시각 기능이 발달하는 영아에게 강한 화면 자극이 피로감이나 과도한 각성을 유발할 가능성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영화관 스크린은 아이의 시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작품에 따라 강한 섬광이나 빠르게 반복되는 화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섬광이나 반복적인 시각 패턴은 광과민성 발작에 취약한 이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방송·미디어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도 화면의 섬광이 일정 수준 이상 반복될 경우 이러한 위험을 고려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영화관 환경 자체가 영아에게 적합한지를 판단할 때는 이 같은 시각적 자극뿐 아니라 장시간 한곳에서 화면을 바라보게 되는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영화관 관람과는 직접적인 연구는 아니지만, 2026년 영국 리즈대·리즈 트리니티대·애스턴대·러프버러대 연구진이 참여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2세 미만 영유아의 의도적이고 정기적인 화면(휴대폰·테블릿) 노출이 빚는 과도한 자극, 수면 곤란, 보호자와의 상호작용 감소 가능성 등이 거론됐다.
트라우마 : 강한 장면, 어린아이에게 오래 남을 수도 있다
울고 있는 아기. AI 이미지.
영화의 내용과 특정 장면 또한 고려 대상이다. 특히 폭력이나 공포, 긴장감이 강한 장면은 성인에게는 단순한 영상으로 받아들여지더라도 어린아이에게는 훨씬 강한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
AAP는 어린이가 공포나 폭력적인 콘텐츠에 노출될 경우 악몽이나 다칠 것 같은 두려움, 폭력에 대한 둔감화, 공격적인 행동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연령과 발달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 등을 비롯한 일부 연구에서도 어린 시절 공포 영화나 공포 콘텐츠에 노출된 경험이 이후에도 불안이나 공포 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어린아이는 현실과 영상 속 상황을 명확하게 구분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강한 장면을 접했을 때 성인과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상담전문가인 허그맘 강동센터 양소영 원장도 국내 육아신문 베이비뉴스를 통해 강렬하고 자극적인 경험이 아이의 대뇌변연계를 강하게 자극해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 등 매체를 통해 접한 장면이라도 아이가 실제로 경험한 것과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과민하게 반응하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