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관련 주식시장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해도 갑작스러운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깃발이 2026년 3월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본부 건물 밖에서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은 17일(현지시각) 은행 블로그에 기재한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더라도 미국 기술주들의 일시적 하락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이는 유로존의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가나 지수가 급격히 오른 뒤 일시적으로 고점과 비교했을 때 10~20% 정도 가격이 내려가거나 정체되는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올린 유럽중앙은행 연구팀은 주식시장이 과열되지 않은 상태여도 과거 혁신 주도형 투자 열풍에서처럼 주식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번 AI 투자 열풍을 19세기 철도 붐, 1920년대 전기와 라디오 보급 확대,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와 비교했다.
이 팀은 과거 사례에서도 혁신적 기술이 탄생하자 투자가 늘고, 기술을 도입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가 급락한 것을 비춰 AI 투자 열풍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적 혁신이 발생하면 초기에는 경제 전반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불분명해 "극도의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최선의 경우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나, 최악의 경우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 산업의 초기 단계에서 엔비디아 등 선도적 기업의 주식이 초기 투자자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 미래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 자체의 프리미엄이 초기 투자자들의 주식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이익과 비교해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이 급격히 상승한다.
기술이 성공해서 경제 전반에 확산하면 불확실성이 개별 기업에서 경제 전체로 옮겨간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에 문제가 생기면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고, 개별 기업의 파산 위험과 달리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은 분산될 수 없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위험 감수에 따른 보상으로 기업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AI의 성공적 도입으로 기업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으나, 투자자들의 위험에 따른 보상 수익률 기대도 점점 증가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익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주식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다. 결국 기술 자체는 성공하더라도 주가는 하락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술 호황과 불황의 순환은 과열로 인해 심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 가운데 과도하게 낙관적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낙관적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사라지면 가격이 훨씬 더 빠르게 하락한다는 것이다.
다만 조정 이후에도 주가는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 만일 AI가 충분히 혁신적이라면 향후 조정 후에도 기업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연구팀은 유럽연합(EU) 내 가계들이 주로 투자 펀드를 통해 미국 기술주에 약 4400억 유로(약 719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보험사와 연기금 역시 대형 기술주에 상당한 비중을 투자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EU 증시는 역사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기에 미국 증시가 폭락하면 유럽 증시 역시 하락할 것이다"며 "미국의 AI 사태는 EU의 금융 안정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