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의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국 기업들의 관세 우회처로 지목했다. 백악관은 중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려 제3국에 제품을 보내고 그 나라 제품으로 위장한 후 미국으로 선적한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7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각)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나오는 전자 집적 회로(프로세서, 컨트롤러, 메모리 및 증폭기 제외)가 중국산 집적 회로의 우회 통로로 쓰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기지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백악관은 중국 기업들이 높은 관세를 피하려 자사 제품을 관세가 비교적 낮은 다른 나라를 경유해서 선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이런 불법 환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중국 수출업체들은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을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 다른 국가로 보내 포장하거나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다. 이러면 해당 제품은 베트남산, 멕시코산으로 표기돼 중국산 제품만큼 높은 관세가 부여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과 함께 중국과 연계된 상품의 절대적 물동량이 많으면서도 다각화된 산업 기반과 주요 대미 수출 플랫폼이 유지되는 국가로 분류됐다. 백악관은 이런 국가들의 경우 불법 환적 위험이 합법적 무역 흐름 속에 내재돼 있다고 바라봤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AI 기반 '국경 탐지 시스템'을 통해 합법적 무역과 불법적 환적을 구별할 것이다"며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이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위험 선적물을 식별하고 관세 징수, 벌금을 부여할 것이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불법 환적 혐의를 국가별 무역 협상 및 관세 부과 압박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보인다. 보고서에는 상호 무역 협정에서는 협정을 통한 혜택이 제3국에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 등 40여개국 정부에 상호 무역 협정을 어겼거나 지키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추궁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은 지난 7월23일 무역법 301조에 따라 강제 노동에 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60개국에 10~1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이에 따라 12.5%의 관세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