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익숙하다. 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대표들이 대통령과 관계 부처 장관들을 마주 앉아 정책을 논의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국 동네슈퍼 업계가 "대기업 총수들과는 투자와 규제를 논의하면서 왜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듣지 않느냐"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네슈퍼 업계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의 공식 정책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12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함께 '동네슈퍼·골목상권 위기에 따른 비상대책 촉구 및 대통령 면담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네슈퍼업계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생존 호소가 아니다. 정부가 대기업 투자와 수출 확대를 위해 총수들과 관계 장관, 대통령실 참모들이 참석하는 공식 간담회를 열어 규제 개선과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동안 정작 수백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연합회는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현장을 둘러보는 것과 자영업자 대표들이 정부 관계자들과 마주 앉아 정책을 협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대기업 총수들과는 공식 정책 협의를 하면서 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런 자리가 마련되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제를 논할 때마다 투자와 수출, 대기업 경쟁력이 우선순위에 오르지만 지역 상권과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정책 논의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며 "소상공인도 정부가 직접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할 경제 주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대표들이 직접 만나 현장의 어려움과 정책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공식 면담을 요청한다. 또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대형마트 심야배송 허용 정책 철회, 중소 유통 공동물류센터 지원 확대 등 골목상권 비상대책 마련도 촉구한다.
이러한 요구의 배경에는 갈수록 악화하는 골목상권 현실이 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을 바탕으로 경제 회복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 경기는 정반대라는 게 연합회의 주장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소상공인 체감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5.6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통시장 체감 BSI 역시 50.5까지 떨어졌다.
연합회는 소비가 온라인 플랫폼과 대형 유통업체로 쏠리면서 골목상권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배달 플랫폼은 편의점·대형마트 상품은 물론 자체 매입 상품까지 초단시간 배송하는 퀵커머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마트 새벽·심야배송 허용까지 현실화할 경우 동네슈퍼의 생존 여건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경제 회복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현장의 동네슈퍼들은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어렵다"며 "이제는 소상공인을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 협의의 주체로 인정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