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잡지의 천국'으로 불리던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발행 잡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드래곤볼’과 ‘원피스’를 키워낸 일본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의 발행부수가 사상 처음 100만 부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쟁 잡지들도 10만~30만 부 대로 밀려나면서 종이 매체의 위기가 잡지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콘텐츠의 경쟁력 문제라기보다는 유통방식 자체의 세대교체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 ⓒ 슈에이샤 홈페이지 갈무리
7일 일본잡지협회에 따르면 '주간 소년 점프'의 올해 2분기(4~6월) 평균 인쇄증명 발행부수는 98만5천부로 집계됐다.
2008년 관련 통계집계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100만 부 선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된다. 주간 소년 점프는 1968년 창간돼 1994년 12월 만화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을 앞세워 653만 부라는 만화잡지 사상 최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일본 인구 20명 가운데 1명이 매주 이 잡지를 샀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뒤 2010년까지 평균 290만 부 판매를 유지했지만 2017년 190만부, 2020년 150만부 수준으로 판매량이 주저앉았고, 올해에는 결국 100만 부의 벽이 깨졌다.
주간 소년 점프분만 아니라 일본 잡지 전반이 동반 추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고단샤의 '주간 소년 매거진'은 28만1천 부, 쇼가쿠간의 '주간 소년 선데이'는 12만부까지 줄었다.
주간 소년 매거진은 이미 2016년 100만 부 선이 무너졌다. 분게이슌주의 '주간 문춘'은 36만2천부, 쇼가쿠칸의 여성잡지 '여성세븐'은 24만1800부로 집계됐다.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일본 종이잡지 추정판매액은 3708억 엔(한화 약 3조3천억 원)으로 2024년과 비교해 10% 줄었는데 이는 잡지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1997년 1조5644억 엔(약 14조 원)의 25%에도 못미친다.
종이 만화잡지의 몰락이 일본 만화산업 자체의 쇠퇴를 뜻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5년 일본 만화시장 규모는 6925억 엔(약 6조2천억 원)으로 전체 출판시장의 45%를 차지했고, 전자만화 매출은 5273억 엔(약 4조7천억 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 편집자 사이토 노리히코는 요미우리 신문에 "종이 만화잡지의 축소는 하나의 시대가 마감되는 사건이다"며 "이는 서점에도 큰 영향을 미쳐 독자의 관심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잡지와 단행본이 핵심수익원인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영상화와 캐릭터 상품화, 해외 라이선스가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며 "주간 소년 점프의 100만 부 붕괴는 출판 비즈니스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