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상품을 추천하는 '쇼핑 비서'를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새로운 관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통업계도 생성형 AI 답변에서 자사 브랜드가 추천되고 인용되도록 정보를 관리하는 생성형엔진최적화(GEO)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소비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AI 쇼핑' 시대가 열리면서 유통업계의 경쟁도 AI 추천과 브랜드 노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유통업계에서 AI의 역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물류와 수요예측, 재고 관리, 마케팅 문구 작성 등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됐다. 그 뒤에는 소비자와 직접 대화하며 상품을 추천하는 '쇼핑 비서'로 영역을 넓혔다.
롯데온은 대화형 쇼핑 서비스 '패션 AI'를, 롯데하이마트는 AI 쇼핑 에이전트 '하비'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챗GPT 기반 쇼핑 서비스를, 무신사는 카카오톡 AI 추천 서비스를 도입하며 대화형 쇼핑 경쟁에 뛰어들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쇼핑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생성형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Rufus)'를 통해 상품 비교와 추천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AI 활용 범위도 상품 추천을 넘어 콘텐츠 제작과 검수로 확대되고 있다. 컬리는 자체 AI를 활용해 상품 썸네일과 상세페이지 초안을 제작하면서 상품 출시 기간을 기존 한 달 안팎에서 일주일 수준으로 단축했다.
최근에는 경쟁의 무대가 한 단계 더 확장됐다. 기업이 자체 AI 쇼핑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사용하는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에서 얼마나 자주 추천되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검색엔진에서는 소비자가 여러 검색 결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었지만 생성형 AI는 질문에 맞는 일부 브랜드를 추려 하나의 답변으로 제시한다. AI 추천 목록에 포함되지 못하면 소비자 접점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도 AI 노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에이아이빅스랩이 식음료·프랜차이즈 30개 분야, 715개 브랜드를 분석한 AI 브랜드 경쟁력 지수(AIBIX)에 따르면 실제 시장 순위와 AI 추천 순위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단백질 음료 시장 선두 브랜드인 하이뮨은 AI 종합 순위에서 4위에 머물렀고, 매장 수 1위인 메가MGC커피도 생성형 AI별 순위가 엇갈리며 종합 4위를 기록했다. 반면 GS25의 '혜자로운 집밥'은 편의점 도시락 부문에서 4개 생성형 AI 모두 1위를 차지했고, 쿠팡 PB인 '곰곰 왕교자'와 이마트 '노브랜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시장 점유율이나 매장 수가 곧바로 AI 추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통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오프라인 시장 영향력뿐 아니라 온라인에 축적된 상품 정보와 공식 콘텐츠, 다양한 공개 출처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답변을 구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에서 풍부하고 구조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브랜드일수록 AI 추천 과정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 검색엔진최적화(SEO)가 검색 결과 상단 노출을 목표로 했다면, GEO는 생성형 AI 답변 안에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추천되고 인용되도록 상품 정보와 콘텐츠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도 AI 환경에 맞춰 제품 정보와 공식 콘텐츠를 정비하고 있다.
브라이언 프란츠 에스티 로더 최고기술·데이터·분석책임자는 최근 미국 기술·비즈니스 전문 매체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제품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출처가 AI 모델에 입력되는 정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