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APR)이 미국 시장에서 파죽지세다. 현지 오프라인 진출 약 1년 만에 울타뷰티·월마트·타겟 매장 약 7천 곳에 입점했다. 주력 채널인 아마존에서도 역시 잘나간다.
미국 4대 뷰티 유통 채널 중 3곳을 확보했다. 남은 것은 드럭스토어 하나뿐이다. 드럭스토어 입점은 단순한 매출처 추가를 넘어, 에이피알에게 '신뢰'라는 자산을 가져다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4대 뷰티 유통 채널 중 3곳을 정복한 김병훈 에이피알(APR) 대표이사(사진)가 마지막 관문 드럭스토어를 남겨두고 있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5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가정용 미용기기(홈 뷰티 디바이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뷰티 테크 기업이다. 화장품에서는 '메디큐브', 홈 뷰티 디바이스에서는 '메디큐브 에이지알'을 대표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다.
◆ 에이피알 미국 온·오프라인 빠르게 점령 중
조경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일 화장품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에이피알의 연결기준 미국 매출을 2분기 3267억 원, 연간 1조2719억 원으로 전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9.6%, 122.1%가량 급증하는 것이다. 전망대로라면 에이피알 전체 매출(2분기 7444억 원, 연간 3조211억 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약 43.9%, 연간 약 42.1%에 이르게 된다.
이런 급성장은 에이피알이 최근 미국 온·오프라인 시장 전반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에 가능했다.
에이피알은 최근 주력 채널인 아마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8월3일 에이피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8월1일 기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의 아마존 뷰티 Top100에 47개 제품을 올렸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이었던 6월23일~26일에 약 35개 제품을 올렸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에이피알은 약 1년 만에 미국 오프라인 채널도 빠르게 확장했다. 에이피알은 2025년 8월 대형 뷰티 편집숍 '울타뷰티'의 미국 전체 매장 1500여 개에 입점하며 현지 오프라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4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8월 대비 판매량이 약 312% 증가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26년 들어 에이피알의 미국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다변화되고 있다. 4월에는 미국 대형 소매기업 타겟, 6월에는 월마트 매장에 입점했다. 이후 두 곳 다 입점 범위를 미국 전체로 넓혀 현재는 타겟 매장 약 2천 개, 월마트 매장 약 3500개에 진출해 있다.
◆ 코스트코가 쌓아온 신뢰성 활용해 신규 소비자 공략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의 7월9일 에이피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9월에는 코스트코 진출이 예정돼 있는데, 이는 에이피알의 미국 실적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7월22일 'K-뷰티, 오프라인 진출 확대의 함의' 보고서에서 "아마존과 오프라인 소비자층은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며 "기존 아마존의 'K-뷰티' 소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 중심이었다면, 코스트코는 △35~64세 비중이 높으며 △K-뷰티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가 많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뷰티 브랜드들은 소매점에 대한 신뢰를 매개로 K-뷰티를 알지 못했던 소비자에게도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 아마존 채널과의 자기잠식(카니발리제이션) 없이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또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오프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마존보다 최소 2배 이상 크다.
권 연구원이 인용한 정보 분석 기업 닐슨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아마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초반에 불과하다. 반면 뷰티 전문점(울타뷰티, 세포라 등)과 매스(월마트, 타겟 등) 채널을 합산한 비중은 40% 이상으로 확인된다.
◆ 드럭스토어 진출해 미국 4대 채널 확보하고 '신뢰'까지 챙긴다
미국 소비자의 채널별 연간 뷰티 지출액은 1위부터 4위까지 각각 뷰티 전문점, 아마존, 매스, 드럭스토어 순이다.
1위부터 3위까지의 채널에 모두 진입한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이사의 마지막 퍼즐은 드럭스토어 입점인 것으로 보인다.
드럭스토어는 규모 자체도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에이피알에게 필요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업계 연구원들은 에이피알의 미국 드럭스토어 입점을 예상했다. 조경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드럭스토어 씨브이에스(CVS) 입점이 예정되어 있다"고 했고,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7월14일 에이피알 분석 보고서에서 "CVS 입점이 하반기 매출 업사이드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제품군을 피부과 치료보다는 못하지만, 일반 화장품보다는 효과 있는 '중간 지대'의 솔루션으로 인식한다. 또 다른 채널의 제품보다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의약품을 다룬다는 드럭스토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드럭스토어 입점은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된다.
신뢰 확보는 최근 에이피알이 직면한 흐름상으로도 중요하다. 김병훈 대표는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비즈니스 오브 뷰티 글로벌 포럼 2026'에 참석해 "과거 K-뷰티의 인기가 '신선함'에 기인했다면, 현재 K-뷰티는 '신뢰와 검증'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이제 에이피알은 시장 공략을 위해 신선함뿐 아니라 신뢰까지 뒷받침돼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에이피알의 향후 계획을 고려하면 신뢰 확보의 중요성은 더 크게 다가온다. 에이피알은 미용 의료기기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2026년 말에 국내에서 미용 의료기기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을 세웠으며, 중장기적으로 이를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에이피알은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업력이 전무한 소비재 중심 기업이다. 이런 에이피알이 내놓는 의료기기에 소비자가 곧바로 신뢰를 보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에이피알은 성공적인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서라도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미국 드럭스토어 입점 계획은 공식 발표를 한 적이 없어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에이피알은 미국 오프라인 진출 채널을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