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후광'과 당내 다수 의원들의 지지, 우호적인 언론 환경까지 업고 '대세'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민석 후보가 첫 지역 순회경선 결과 정청래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김 후보는 오는 8일과 9일 실시될 2주 차 지역경선에서 열세를 만회할 것이라 주장한 가운데 '당심'을 업은 정 후보가 계속해 선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3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권리당원 당대표 투표 결과 정청래 후보가 45.52%를 기록하며 44.51%를 얻은 김민석 후보를 제치고 누적 1위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의 격차는 1.01%포인트로 초접전 양상이다. 송영길 후보는 9.97%로 집계됐다.
앞서 김 후보는 충청권 첫 순회경선에서 정 후보를 불과 303표(0.45%포인트) 차로 극적으로 제치며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 부울경 순회경선에서 정 후보가 46.65%를 기록하며 김 후보(43.85%)를 2.8%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하며 판세를 뒤집었다.
특히 전략지역으로 분류돼 표에 5% 가중치가 더해지는 경남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가 1만790표(46.08%)를 얻어, 김 후보(1만156표, 43.38%)를 634표 차이로 제친 만큼 정 후보와 김 후보의 격차는 1.01%포인트보다 조금 더 벌어진 셈이다.
이번 지역경선 결과를 놓고 김 후보와 정 후보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 후보는 "선전했다"고 주장한 반면 정 후보는 "어려움을 뚫어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2일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당초 목표였던 마이너스 7%포인트에 비하면 충청과 부울경 합산 1%포인트 마이너스 결과에 감사드린다. 국민여론조사까지 감안하면 첫 주 결과는 약간 우세로 마감된 듯하다"라면서 '애써'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정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나는 대세론 또는 과반을 말한 바 없다"며 "언론, 국회의원 등이 총동원된 조직선거지만 조직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당대회의 전반적 흐름이나 환경이 김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의 자발적 선택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 후보가 그동안 민주당 지지층에서 자신이 정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공언해 왔고, 대다수 언론에서도 유력한 1위 주자로 조명받아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기대만큼의 폭발적 당원 표심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인1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이번 전당대회 특성상 개혁 선명성을 최전선에서 부르짖어 온 정 후보를 향한 당원들의 단단한 결집력이 입증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 후보가 당내 인사들의 집중 공세를 '조직 대 당심'의 대결로 규정한 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와 검찰개혁·당원주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전략이 부산과 경남 권리당원의 결집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2일 부울경 경선결과가 발표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직과 국회의원을 줄 세운 이인제 당시 후보를 이겼듯이 정청래가 김민석 후보를 이길 것"이라며 "부울경에서 역전승을 만들어준 당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실제 울산을 제외하면 권리당원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정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충청권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던 충남(39.08%)과 충북(40.45%)에서는 김 후보가 정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투표율이 높았던 대전(44.07%)과 세종(51.84%)에서 정 후보가 김 후보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다.
부울경 경선 결과를 살펴봐도 울산(투표율 51.94%)에서만 김 후보(46.32%)가 정 후보(43.30%)를 이겼을 뿐 부산(투표율 62.37%)과 경남(투표율 50.16%)에서는 정 후보가 김 후보를 꺾었다.
친정청래계인 이성윤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조직이 센 곳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약간 밀렸지만 그래도 당원들이 활동이 활발한 곳에서는 우리 정청래 대표가 이겼다. 당심이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는 이날 KBS뉴스 '출발 무등의 아침'에서 "투표율이 높았을 때 김민석 후보에게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았을 경우 30%대였을 때에는 정청래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전당대회 시작 전부터 일반적인 분석과 관측이었는데 현재까지는 반대로 나왔다"며 "김민석 후보 입장에서는 어떻게 투표율을 올릴 것인지와 관련해 큰 숙제를 줬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초반 레이스에서 쓴맛을 본 김민석 후보 측은 정 후보의 1차 지역경선 승리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친석(친김민석)계로 분류되는 김용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부울경은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있었던 정 후보를 지지하는 핵심 그룹들이 있는 곳이어서 질 것을 예상했다"며 "이 정도면 대단히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 후보는 이어 "선호투표까지 안 갈 것이라고 본다"며 "(김민석 후보가) 50%를 넘을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후보 지지층 일각에서는 1위 후보라 자부하는 김 후보가 1주 차 지역경선에서 7%포인트 이내로 진다면 안정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주장을 펴는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첫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명픽'(이재명 대통령 선택)이라는 전폭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열세지역을 선방했다는 건 "정신승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최고위원 후보는 2일 페이스북에서 "(1일에는) 정청래 후보가 고향에서 졌다고 언론이 난리더니 오늘(2일) 김민석 후보가 제2의 고향(본인이 '부산의 아들'이라 표현)에서 졌는데 언론이 조용하다"며 "헛웃음이 나온다"라고 꼬집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 후보 스스로 공언했던 대로 2주 차 지역경선에서 득표율을 끌어올려 극적으로 만회할 수 있을지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김 후보는 지난 1일 충청권 지역경선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충청권과 부·울·경이 제일 어려운 지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두 지역을) 일정하게 선방해 낸다면 그 뒤로는 비교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는 이날 KBS뉴스 '출발 무등의 아침'에서 충청권과 부울경 경선 결과를 두고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였던 김민석 후보가 여론조사나 세간의 여러 스피커들이 이야기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서 다른 지역 권리당원들이 생각할 지점이 많았던 선거 결과인 것 같다"고 짚었다.
오 이사는 이어 "만약 충청과 부·울·경 지역에서 기존의 여론조사처럼 김민석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면 판단하기가 훨씬 쉬웠을 텐데 정청래 후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게 드러난 만큼 이번 주 대구·경북, 인천, 제주에서 민주당 권리당원 분들이 투표하는 데에 매우 고심스러울 것 같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