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스페인이 역대급 대형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전례 없는 자연현상인 '화재적란운(Pyrocumulonimbus)'을 만들어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미국 오리건주 산불로 생긴 화재적란운. ⓒAP=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여러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의 대형 산불로 화재 적란운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 현상이 산불의 확산 속도와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재 적란운은 대형 산불이 방출하는 막대한 열과 에너지로 인해 형성된다. 산불에서 발생한 뜨거운 연기 기둥이 대기 상층까지 빠르게 치솟으면 기압이 낮아지면서 공기가 냉각되고, 수증기가 응결해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적운이 아닌, 화재가 직접 만들어내는 특수한 적란운인 셈이다.
문제는 화재 적란운이 형성된 이후다. 이 구름은 산불 주변에 강한 돌풍을 일으켜 불길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으며, 자체적으로 번개를 발생시켜 수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역에 새로운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돌풍과 급격한 기류 변화는 지상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는 소방관들에게도 큰 위협이 된다.
이번 프랑스 산불에서는 이러한 화재 적란운이 처음으로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베르뮐렌 지롱드 소방구조대 대장은 "25일 오후 6시 20분쯤 화염적운이 화재적란운으로 발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프랑스에서 이 같은 현상이 관측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지롱드주 보르도 인근 아레스에서 25일(현지시각) 소방관이 호스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산불이 확산하면서 이날까지 30만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다. ⓒEPA연합뉴스
여기에 또 다른 폭염까지 예고되면서 진화 작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상 예보관들은 화요일부터 프랑스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인 국립기상청(Aemet)도 폭염이 "적어도 일요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높은 기온과 일부 지역의 강한 남풍으로 인해 소방 활동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인근 지롱드와 스페인 중부 아빌라 일대에서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산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약 4만2천 헥타르가 불에 타 22만 명 이상이 대피했으며, 전국 누적 소실 면적은 11만6천 헥타르를 넘어섰다. 스페인 역시 전국 산불 소실 면적이 15만3천 헥타르로 늘었고, 약 7만 명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