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리딩뱅크' 신한은행을 1분기에 바짝 뒤쫓았던 하나은행이 한 분기 만에 꺾였다. 하지만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얼굴은 어둡지 않아 보인다. 은행이 주춤한 분기에 그룹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기 때문이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비은행 부문 이대로는 안된다”라며 “체구가 작고 힘이 부족하다면, 남들보다 더욱 민첩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 생존의 이치”라고 말했다. 이번 2분기, 그리고 상반기 실적은 비은행 계열사들이 함 회장의 이 주문에 화답하고 있는 모양새인 셈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에 역대 최대 반기 순이익을 냈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2분기에 '역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다. 사진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그룹
◆ 은행의 2분기는 꺾였다, 부진의 직접 원인은 일회성 비용
27일 하나금융그룹의 2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분석해보면, 1분기에 529억 원까지 좁혀졌던 신한은행과의 격차는 2분기에 2845억 원으로 다시 벌어졌다. KB국민은행과 순이익을 비교해도 1분기에는 하나은행이 오히려 32억 원 앞섰었지만, 2분기에는 하나은행이 1075억 원 뒤쳐졌다.
하나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1조1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전분기 대비 7.9% 감소했다.
부진의 직접 원인은 일회성 비용이었다. 하나금융그룹에 따르면 2분기 대기업 그룹의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일회성 대손충당금 749억 원 가운데 은행 몫이 520억 원이었고, 하나금융그룹의 IR자료에 따르면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화환산손실도 이번 분기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은행의 2분기 충당금 전입액은 2511억 원으로 전분기(775억 원)의 3배를 넘었고, 상반기 매매평가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3% 감소했다.
본업이 꺾인 것은 아니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4조4645억 원으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14.5% 늘었다. 이자이익이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데도 일회성 요인 때문에 오히려 순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 2023년의 4배 기록한 비은행 비중, 카드 뛰었고 증권·캐피탈 날았다
은행이 역성장한 분기에 그룹 2분기 순이익은 1조1928억 원으로 2025년 2분기와 비교해 1.7% 늘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난 2조4029억 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치다.
은행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비은행이었다. 하나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1698억 원으로 2025년 2분기(315억 원) 대비 439.8% 급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나카드의 순이익은 2분기 68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늘었고, 작년 2분기에 165억 원의 적자를 냈던 하나캐피탈은 올해 2분기에 509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룹 수수료이익은 상반기 1조48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7%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2분기 수수료이익 8196억 원 역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고, 2분기 비이자이익은 1조294억 원으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1조 원을 넘어섰다.
세부적으로는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3611억 원 늘어난 7203억 원(+100.5%)으로 두 배가 됐고, 증권중개수수료는 208.5%, 인수주선·자문수수료는 73.9% 증가했다.
그 결과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반기 18.8%로 올라섰다.
함 회장은 2022년 3월 회장직에 취임했는데, 2022년 21.1%였던 비은행 비중은 2023년 4.7%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후 비은행 비중의 회복은 함 회장의 가장 중요한 '미션' 가운데 하나였는데 이번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 비은행 추락 이끌었던 증권이 회복도 이끌었다, 'M&A 없는 비은행 확대' 증명
2023년 비은행 비중 추락의 진앙은 하나증권이었다. 하나증권은 2023년 연간 2924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이 가운데 4분기에만 278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PF 손실 처리와 그룹 통합 IB 플랫폼 구축을 거쳐, 비은행 비중 추락의 원인이었던 회사가 3년 만에 그룹 최대실적의 견인차가 됐다.
함 회장이 신년사에서 "비은행 이대로는 안된다"며 각성을 촉구했을 때, 시장은 이를 경쟁사들처럼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비중을 늘리는 대신 지금 있는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을 개선해 비중을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었다. 이번 실적은 이 같은 함영주 회장 전략의 성적표인 셈이다.
실적발표와 함께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2.0'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하나금융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를 기존 '10% 이상'에서 12%로 올리면서, 이행방안에 '은행 핵심 경쟁력 초격차 확대'와 함께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강화'를 명시했다. 단순히 덩치를 키우겠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상반기 그룹 ROE는 10.62%다.
◆ '잘해서'보다 시장 상황에 기댄 비은행 약진, 건전성 지표 하락도 남겨진 숙제
다만 비은행 약진의 상당 부분은 증시 호황에 기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중개·자산관리 수수료가 견인한 실적이 시장 국면이 바뀌어도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올해 상반기에는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특히 증권사가 대부분 좋은 성적을 냈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은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135%, 123.1%, 47.1% 증가한 순이익을 냈다.
건전성 지표의 방향도 실적과 반대다. 그룹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93%로 전분기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고, NPL 커버리지비율은 86.4%로 9.2%포인트 하락했다.
NPL 비율은 전체 여신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 등으로 부실해진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오를수록 은행이 내준 돈이 그만큼 떼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이 부실채권 규모 대비 미리 쌓아둔 대손충당금의 비율로, 100%를 밑돈다는 것은 지금의 부실채권이 전부 손실로 확정될 경우 쌓아둔 충당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나금융그룹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온 것은 2018년 2분기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며, 올해 2분기의 수치인 86.4%는 2017년 2분기(84.2%) 이후 약 9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2022년 말(195.9%)과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