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2030년까지 총 29조 원을 투자해 회사의 외형을 키우고 성장동력을 육성한다. 특히 벌크 부문 비중을 늘려 컨테이너 부문에 치우쳐 있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벌크 장기운송계약을 확대해 시황 영향을 적게 받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벌크 선복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계약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최원혁 대표이사 사장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총 29조 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24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시했다.
앞서 HMM은 2022년과 2024년에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내놓은 중장기 전략은 그 세부 계획을 시장환경과 경영상황에 맞춰 조정한 투자계획이다.
총 투자 규모는 2024년 계획했던 23조5천억 원에서 5조5천억 원 늘었다. 2025년 말까지 집행한 2조7천억 원을 반영하면 이번 증액분은 8조2천억 원이 된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HMM은 컨테이너 선복량을 2025년 말 99만 TEU(94척)에서 2030년 147만 TEU(166척)로 확대하기로 했다. 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를 실을 수 있는 용량을 말한다.
HMM의 이번 목표 선복량은 기존 계획(155만 TEU) 대비 8만 TEU 축소됐는데 목표 선대 규모는 130척에서 166척으로 늘어났다. 이는 기존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의 확보 계획을 수정해 중소형(피더선)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HMM은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추진 중이다. ‘허브 앤 스포크’는 대형선이 원양 항로 거점(허브)을 맡고 중소형 피더선이 거점 항만과 인근 항만의 지선망(스포크)을 연결하면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HMM은 스페인과 서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규 노선 ‘MA2(Mediterranean West Africa)’의 운영을 이달 시작했다.
벌크 부문 선복량은 2025년 말 706만 DWT(51척)에서 2030년 1352만 DWT(110척)로 확대하기로 했다. DWT는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순수한 화물의 최대 무게인 재화중량톤수(Deadweight Tonnage)를 가리킨다.
목표 선복량은 기존 계획(1256만 DWT)보다 96만 DWT 늘었으나 선대 규모는 기존과 같은 110척을 유지했다. 이는 기존 계획에 견줘 상대적으로 큰 선형의 벌크선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HMM은 성장성 높은 해외 항만터미널 인프라를 확보해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2045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 친환경 및 디지털 전환 투자를 병행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 벌크 사업 확대, 종합물류기업 지향
이번 중장기 전략은 2025년 3월 취임한 최원혁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원혁 사장은 컨테이너선 중심(2025년 매출 비중 85%)의 매출구조를 극복하고 실적 변동성을 축소하고자 사업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핵심 방안은 역시 벌크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기선 운임 중심의 컨테이너 사업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등 컨테이너 운임지수 변동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 반면 벌크 부문은 대형 화주들과 맺은 5~20년 단위의 장기운송계약(COA, Contract of Affreightment)이 중심이 되고 화물별로 다른 운임지수가 적용되므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하다.
이와 관련 HMM은 2025년 SK해운 인수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에도 선정됐으나,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로 그해 8월 협상이 최종 무산된 바 있다. SK해운은 탱커(유조선/액체화물운반선)와 가스선의 비중이 높은 회사다.
또한 최 사장은 단순 해상운송에만 의존하지 않고 하역·보관 등 물류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꾸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번 중장기 전략에서 성장성 높은 해외 항만터미널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이와 연결돼 있다.
앞서 최 사장은 3월24일 열린 회사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무브 비욘드 마리타임(Move Beyond Maritime)’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HMM을 육상·항만·창고·내륙운송까지 연결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담았다.
◆ 벌크 부문 영업력 확대가 관건 될 듯
최원혁 사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벌크 부문 영업력을 증대해 수주를 늘려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벌크 사업을 키우기 위해 벌크 선복량을 크게 확충하는 만큼, 글로벌 우량 화주들과의 장기운송계약을 빠르게 확보해 늘어난 용량을 채워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성과가 나오는 중이다. HMM은 2025년 5월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인 발레(Vale)와 6362억 원 규모의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데 이어 9월에도 4303억 원 규모의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총 1조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이다. 두 계약 모두 계약 기간이 10년간인데, 전자는 2025~2035년, 후자는 2026~2036년이다. HMM은 총 5척을 투입해 철광석을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운송한다.
HMM은 발레와 25년 초장기 전용선 계약(CVC, Consecutive Voyage Charter)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VC는 벌크선이 특정 화주의 화물만 연속해서 실어나르는 방식으로, COA보다 수익 안정성이 더 높다. 다만 이 계약에 대해 회사 쪽은 “내부적으로 관련한 사항을 진행중이나, 실제 계약 체결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현재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HMM은 6월 스위스계 원자재 트레이더인 머큐리아(Mercuria) 계열사와 가스운반선(VLGC) 2척에 대한 7년간의 장기대선계약(Bareboat Charter, 나용선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118억 원이며, 계약은 선박 인도 예정 시점인 2029년 7월부터 시작된다.
나용선 계약은 선주가 용선주에게 선박의 선체만 빌려주는 임대차 계약을 말한다. HMM이 새 가스선 2척을 확보해 머큐리아에 넘겨주면, 머큐리아 쪽에서 배를 운영하고 용선료를 HMM에 낸다.
이 같은 벌크 부문의 대형 장기운송계약은 HMM에 큰 의미가 있다. 그간 HMM의 벌크 사업은 국내 정유업체(GS칼텍스, 에스오일)의 원유 운송이 중심이었다. 최근 수년간의 벌크 부문 투자로 사업 영역을 글로벌 대형 화주까지 본격 확대하게 된 것이다.
◆ 컨테이너 부문 ‘허브 앤 스포크’ 시스템 정교화 중요
컨테이너 부문에서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더선이 늘어나면 스포크 영역에서 선대 운용과 항만 스케줄 관리가 복잡해진다. 따라서 원양선과 피더선 간의 환적 효율을 높이고 정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세밀한 운항 제어와 디지털 물류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와 함께 최 사장은 종합물류기업 실현을 위해 해외 주요 거점 항만터미널을 실제로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