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밥만 잘 챙겨주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살이 찐 고양이는 비만약을 맞고, 나이 든 강아지는 장수약을 찾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 휴머니제이션' 문화가 확산되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보호자들의 관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료와 간식 중심이던 펫 산업도 전문 의료와 신약 개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22일 '국제 강아지의 날'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6 케이펫페어 세텍'에서 반려인들이 반려동물 건강관리 제품과 서비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펫 의약품 시장은 2034년 57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중도 2024년 29.2%로 2022년보다 3.8%포인트 늘었다.
제약·바이오업계도 사람용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플랫폼 기술을 동물용 의약품에 적용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람과 반려동물은 생활환경과 질병 특성이 비슷해 기술 이전이 비교적 쉽고, 동물 임상에서 확보한 경험이 사람용 신약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이른바 '동물용 위고비'로 불리는 비만 치료제다. 반려동물의 비만이 늘면서 관련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반려동물비만예방협회(APOP)에 따르면 과체중인 미국 반려견 비율은 2010년 43%에서 2022년 59%로 늘었고, 반려묘도 같은 기간 53%에서 61%로 증가했다.
미국 액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에 쓰이는 GLP-1 호르몬 제제를 활용해 고양이 전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오카바파마슈티컬스도 장기간 약효가 유지되는 GLP-1 계열 피하 이식제로 반려동물 비만·당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신약 개발은 비만을 넘어 관절염과 치매, 항암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조에티스는 사람의 항체 치료 기술을 적용한 반려견·반려묘 골관절염 치료제를 상용화했고, 로열은 노령견의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장수약'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엔티파마가 반려견 치매 치료제 '제다큐어'를 출시했으며, HK이노엔과 대웅펫, 엔솔바이오사이언스, 박셀바이오 등도 피부질환과 간질환, 관절염, 항암 치료제 개발에 나서며 펫 헬스케어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