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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당파를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에 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은 주로 팔레스타인인 학살, 공화당 지지층은 불필요한 전쟁 개입을 반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로 미국의 '영원한 우방'으로 여겨졌던 이스라엘이 앞으로 더 이상 무조건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이스라엘 반대' 목소리 커지고 있다 : 진보층 팔레스타인 학살, 보수층 불필요한 전쟁
자유 팔레스타인 운동가들이 2026년 7월4일 미국 버몬트주 브래틀보로시에서 열린 미국 독립운동 기념 퍼레이드에서 행진하고 있다. ⓒ브래틀보로 리포머=연합뉴스

14일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정치성향과 상관 없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공감하던 미국인들이 점점 더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2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고 답했고, 36%가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미국 전역의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5%포인트 차에 불과하지만 2001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인들은 최소 13%포인트, 최대 52%포인트 차이로 이스라엘에게 더 공감한다고 답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인 셈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중도층 가운데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고 답한 비율은 41%, 이스라엘에 더 공감한다고 답한 비율은 30%였다. 중도층은 2025년까지 꾸준히 이스라엘에 더 공감했다고 답해왔다. 

민주당 지지층은 팔레스타인에 공감한다는 비율이 65%, 이스라엘에 공감한다는 비율은 17%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우 2023년 대선에서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에 공감한다는 비율(49%)이 이스라엘에 공감한다는 비율(38%)보다 높았다. 

공화당 지지층은 팔레스타인에 공감한다는 비율이 13%, 이스라엘에 공감한다는 비율은 70%로 아직 이스라엘에 관한 호감이 더 컸다. 다만 이스라엘에 공감한다는 비율 자체는 2024년 이후 10%포인트나 하락해 2004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 가자지구 전쟁범죄 보면서 이스라엘에 등 돌렸다 

이렇듯 미국 전역에서 이스라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원인은 달랐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폭력행위가 태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이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 함께 미국 전역 304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7월7일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52%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인종말살을 행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33%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민주당 지지층의 58%는 미국이 팔레스타인에 비해 이스라엘을 지나치게 돕고 있다고 답해 평균보다 18%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1월 조사에 견줘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대로 미국이 팔레스타인을 충분히 돕고 있냐는 질문에는 민주당 지지층의 6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평균보다 23%포인트 높고, 2024년 1월에 비해서는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민주당 지지층의 이스라엘에 관한 인식 변화는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는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중동 이해 정책 프로젝트'가 2025년 7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내 뉴욕 시장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 유권자들이 당시 후보로 나왔던 조란 맘다니에게 표를 던진 이유 가운데 세 번째로 중요한 이유는 팔레스타인 인권 옹호였다. 

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제한하자는 정치인들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금으로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 찬성해온 정치인들은 지지율이 상당히 낮았다. 

공화당 지지층, 이란 전쟁으로 이스라엘 지지 철회했다

공화당 지지층 쪽은 이란 전쟁이 이스라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태도 변화는 젊은 층에서 두드러됐다. 

공화당 지지층은 전통적으로 꾸준히 이스라엘을 지지해왔고, 현재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비율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비율보다 더 높았다. AP통신의 7월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가 과하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자들은 27%를 기록했다. 

다만 공화당에서도 이스라엘에 관한 지지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보인다. 세대간 차이, '마가'(MAGA : 극성 트럼프 지지층)인지 여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5월16일 발표한, 미국 전역의 2035명의 공화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가' 가운데 거의 절반이 이스라엘을 지지했지만 '마가'가 아닌 공화당 지지자들은 29%만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 

세대간 차이 역시 도드라졌다. 35세 미만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32%는 미국이 이스라엘 정부와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55세 이상 지지자들 가운데서는 11%만 같은 의견을 보였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공통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18세에서 34세 사이의 트럼프 지지자 중 거의 절반이 양국 간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답했는데, 55세 이상 지지자 중에서는 13%만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런 세대간 차이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 미국 전역에서 3507명의 성인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및 공화당 성향 유권자 중 이스라엘에 대해 호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 58%로 비호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41%) 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50세 미만 유권자들 중에서는 공화당 지지자 중 이스라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비율은 57%로 절반이 넘었으며, 지난해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교 라우더 행정·외교·전략대학원의 암논 카바리 부교수는 폴리티코에 "현재 공화당 내에는 미국을 우선하자는 '고립주의' 분위기가 만연해서 세계 모든 분쟁에서 발을 빼고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시블리 텔하미 메릴랜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6월28일 악시오스에 "이란과의 전쟁으로 젊은 공화당원들이 빠르게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화당 쪽 일부 정치인, 인플루언서들은 이란 전쟁과 연관해서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6월18일 이란 핵협정에 반대한 이스라엘 정치인들에게 "내가 이스라엘 정부 내각 소속이라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강력한 동맹국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수 논객인 터커 칼슨, 메긴 켈리, 캔디스 오웬스,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 등 유명 인사들 역시 "미국 우선주의" 반개입주의 발언에 나서며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더욱 비판했다. 

이스라엘, 미국의 '영원한 우방'에서 '골칫거리'로 추락하나

이스라엘에 관한 미국인들의 태도가 변화하면서 일부 정치인들은 이스라엘에 이전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당연했던 이스라엘 연관 로비단체의 후원을 받는 것 역시 정치적 리스크로 변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성향 변화에 미국 친이스라엘 기조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미국 내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앞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고위 관료이자 2028년 대선 출마가 유력한 람 에마누엘 민주당 상원의원은 전형적인 친이스라엘 유대계 정치인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7월8일 텔아비브 대학교 연설에서 태도를 바꿔 이스라엘은 더 이상 미국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마누엘 의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중대한 기로에 있으며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팔레스타인의 민간인과 재산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인, 폭력을 지원하는 관리들, 그리고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모든 건설 회사나 은행에 관한 제재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시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하는 브래드 랜더 민주당 후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을 집단 학살이라고 규정하며 이스라엘 군사 지원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극우 성향의 31세 플로리다 주지사 공화당 후보 제임스 피시백은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며 온라인에서 젊은 ‘미국 우선주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폴리티코에 공화당이 이스라엘에 관련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예비선거에서 "대대적인 유권자들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피시백 후보는 "202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와 대선에서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싼 궁극적인 대리전이 벌어질 것이다"라며 "공화당 후보에 강경한 친이스라엘 후보는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미국의 가장 큰 유대인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과의 연관성은 정치인들에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는 6월8일 "과거 이스라엘 지지는 미국 내에서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당연한 것이었기에 AIPAC의 정치 자금 후원은 성공적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여론이 바뀌어서 후보자들의 기부금을 추적하는 사이트들은 후보자들이 AIPAC 등 다른 친이스라엘 로비스트들로부터 많은 후원을 받을수록 낮은 등급을 매기고 있고 이런 행위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와 글로벌 여론조사기업 유고브가 3월25일 발표한 여론조사(미국 전역 1664명 성인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36%가 이스라엘 로비단체가 정부에 너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지지 여부가 논쟁거리로 변해서 AIPAC은 직접 나서기보다는 대리 단체들을 만들어 정치인을 후원하고 이스라엘을 언급하지 않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지경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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