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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월드컵 경기 상영 행사를 준비하던 이집트계 구호 활동가가 경기 시작을 앞두고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졌다.

이번 이스라엘 공격으로 축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8세, 10세 형제와 다른 남성 한 명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세계가 축구 축제에 열광하던 순간, 가자지구에서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될 경기 관람의 꿈마저 사라졌다.

축구 경기가 주는 잠깐의 평화, 가자 상공의 미사일이 앗아갔다

월드컵 경기 보여주려던 가자지구 구호 활동가의 죽음 : 가자 아이들에게 월드컵은 그냥 축구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026년 7월7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스크린을 통해 FIFA 월드컵 2026 16강전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뒤편으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허물어진 건물 위까지 주민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집트와 아르헨티나의 16강전 시작 약 1시간 전인 가자시티 사브라 지역에서 발생했다.

희생자인 모하메드 알와히디(57)는 ‘이집트 가자 위원회’ 책임자로, 수년간 팔레스타인에서 구호와 개발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이날 가자시티 남부 텔 알하와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차량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숨졌다.

알와히디는 최근 전쟁의 고통 속에 있는 주민들을 위해 월드컵 경기 스크린 상영 행사를 준비해왔다. 공습과 구호품 부족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축구라는 짧은 휴식과 위로를 건네려 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습을 확인하면서도 알와히디가 표적은 아니었으며, 하마스 군사 조직의 테러리스트를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휴전 선언 이후에도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며 팔레스타인인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상당 지역에 대한 통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재건과 기반시설 복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의료와 교육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축구장은 사라졌지만, 월드컵을 향한 희망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월드컵 경기 보여주려던 가자지구 구호 활동가의 죽음 : 가자 아이들에게 월드컵은 그냥 축구가 아니다
전 팔레스타인 축구 선수 파디 알 아라위가 2026년 6월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노트북 중계를 통해 2026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가자 주민들은 임시 대표소에서 월드컵 경기를 숨죽여 지켜봤다.

6월16일(현지시각)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사작전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임시 대피소로 사용되는 학교 교실에 모여 월드컵 경기를 시청했다. 어둠 속에서 유일한 빛이 된 것은 희미하게 켜진 노트북 화면이었다. 사람들은 끊기는 인터넷 신호를 붙잡기 위해 애썼고, 머리 위에서는 드론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경기를 보는 순간에도 폭격이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환호해야 할 축구 경기가 이들에게는 잠시 현실을 잊기 위한 시간이면서도, 동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2023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 대부분은 폐허가 됐다. 약 200만 명의 주민들은 해안가의 좁은 지역에 몰려 천막이나 파손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부 카페들은 심야 경기 중계를 위해 발전기가 멈춘 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예비 전력과 배터리를 마련했지만, 주민들은 언제 공격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화면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해야 했다.

축구 역시 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축구협회는 2023년 전쟁 이후 이스라엘 군사작전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약 1000명이 축구 선수였다고 밝혔다. 가자 출신이자, 전 팔레스타인 국가대표 모하메드 바라카트는 '가자의 전설'로 불리며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39세였던 2024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또 약 285개의 스포츠 시설이 공습 등으로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가자시티의 대표 경기장인 알야르무크 스타디움은 한때 수천 명의 관중이 모이던 축구장이었지만, 지금은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했다.

가자지구 프로축구 선수들도 2년 넘게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축구를 하며 뛰는, 경기를 즐길 공간도 전쟁 속에서 사라진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축구 경기는 멈췄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팔레스타인을 향한 연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집트 축구대표팀 호삼 하산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향한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축구가 단순한 승패 경쟁을 넘어 고통받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인간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은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축제다.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고, 가족과 친구들은 함께 모여 경기를 즐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경기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는 시대다.

월드컵 경기 보여주려던 가자지구 구호 활동가의 죽음 : 가자 아이들에게 월드컵은 그냥 축구가 아니다
2026 월드컵 16강전 이집트-아르헨티나 경기가 열린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화면 속에서는 골을 향한 함성이 터졌지만 화면 밖에서는 드론의 굉음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승부가 펼쳐지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내일을 걱정했고 누군가는 오늘 밤 살아남기를 희망했다. 폐허 속에서도, 끊어진 전기와 불안정한 인터넷 속에서도 잠시나마 공 하나가 만들어내는 희망을 바라봤다.

월드컵은 모두에게 같은 경기를 보여주지만, 모든 사람이 편하게 즐기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우승을 향한 꿈의 무대지만, 누군가에게는 전쟁 속에서도 한줄기 평화와 위로가 된다. 전쟁 없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희망이 잠시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시작, 누군가에게는 되찾고 싶은 일상

월드컵 경기 보여주려던 가자지구 구호 활동가의 죽음 : 가자 아이들에게 월드컵은 그냥 축구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2026년 6월 21일(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스크린을 통해 스페인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생중계로 시청하고 있다. 스크린 주위와 앞뒤로 난민 천막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전쟁과 강제 이주를 딛고 축구로 새로운 삶을 만든 선수들도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 선 선수들 가운데도 전쟁의 상처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이들이 있다.

라이베리아 내전을 피해 가나로 피신한 부모 사이에서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알폰소 데이비스(FC 바이에른 뮌헨)는 축구를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출발점은 화려한 경기장이 아니라, 피란민들이 머물던 공간이었다.

크로아티아 독립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루카 모드리치(AC 밀란)역시 어린 시절 피란 생활을 겪었다. 가족과 함께 호텔에서 지내던 그는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축구공을 놓지 않았고, 훗날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이들의 이야기는 전쟁 속에서도 축구가 누군가에게 희망과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쟁이 빼앗아간 것은 경기장과 월드컵을 볼 수 있는 기회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웃고, 내일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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