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을 비롯한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규제기관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을 보이고 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임상 요건 완화와 허가·심사 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는 △임상시험을 간소화하고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상호교환성 인정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던 허가 단계를 줄여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늘림으로써 약가를 낮추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추세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과 같은 대형 바이오시밀러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회사의 연구개발(R&D)과 허가 대응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추세를 이미지로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챗지피티가 생성한 이미지 ⓒ AI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는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법(S.1954–Biosimilar Red Tape Elimination Act)’을 최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 지위’ 절차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호교환성 지위는 해당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의약품과 교체 사용해도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점을 FDA가 공식 인정하는 제도다. 상호교환성 지위를 얻으면 약사가 의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따르지 않고 재량껏 해당 바이오시밀러를 조제할 수 있다. 상호교환성 지위 없이 허가만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의사의 처방을 대체할 수 없다.
앞서 FDA는 2025년 10월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가이던스도 공개했다. 이 가이던스는 기존에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필수였던 ‘비교효능임상시험’을 분석 및 약동학(PK) 데이터로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6년 3월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 지침’을 추가로 공개했는데, 이 지침은 미국 외 지역에서 허가된 제품 대신 해외에서 승인된 대조약을 활용해 임상시험한 자료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과거에 해외 대조약을 쓸 때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했던 ‘미국 대조약-해외 대조약-바이오시밀러’ 간의 ‘3자 PK 가교 시험’을 생략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럽의 경우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 부담을 줄이는 내용의 ‘맞춤형 임상 접근법에 대한 성찰 보고서’를 4월 채택했다. 동등성과 PK,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히 입증되는 경우 임상 3상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 식약처도 3월 ‘동등생물의약품의 비교 유효성 임상시험 수행 결정 시 고려사항’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품질 자료와 임상 1상 시험 결과만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충분한 동등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임상 3상을 반드시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이다.
아울러 식약처는 임상 3상 요건 완화 가능성을 사전에 논의할 수 있는 사전검토 체계도 마련했다. 개발사는 품질 자료와 1상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임상 3상 생략 가능성을 사전에 식약처와 논의할 수 있다.
◆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 수혜 가능성 높아
이같이 규제장벽이 낮아지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비교효능임상시험이 면제되거나 축소되면 개발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게 된다. 비교효능임상시험은 바이오시밀러 개발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환자 모집과 임상 모니터링에 걸리던 수년의 시간을 몇 개월 단위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따라 형성되는 시장에도 더욱 빠르게 깃발을 꽂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수익성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절감된 임상비용과 시간을 신약이나 또 다른 신규 바이오시밀러 등 고부가가치 제품 R&D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발간된 ‘2026년 2분기 바이오시밀러 시장 보고서(제13판, 2026년 2분기)’에서 “임상 3상에 대한 의존도 감소와 해외 대조약 소싱의 유연성 확대로 인해 개발비용과 복잡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 역시 FDA가 3월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 지침’을 내놓은 이후 입장문을 통해 “대조약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면역항암제 영역에서 이번 개정안 조치만으로 전체 임상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 25%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 바이오시밀러 시장, 대형 업체 중심 재편 전망
전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된 직후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시장 진입 허들을 낮춰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진입 장벽을 높여 대형 업체 중심의 재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산도스(스위스), 암젠(미국), 화이자(미국), 비아트리스(미국), 바이오콘 바이올로직스(인도) 등이 꼽힌다.
먼저 현재 미국과 유럽의 규제 완화 조치는 결국 ‘임상 3상을 축소·면제해 주는 대신 서류를 더 꼼꼼하게 보겠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즉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증명하는 품질·분석 데이터의 정밀함에 대한 기준은 오히려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품질·분석 역량과 데이터 설계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도태될 위험이 오히려 커졌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R&D 역량이 탄탄하지 않는 중소 업체들에게는 더 어려운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된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제품을 누가 더 싸게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대규모 자체 생산시설과 탄탄한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대형 업체들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아울러 임상 3상이 면제되거나 데이터가 축소된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처방을 꺼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시판 후에도 실제 임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쌓으면서 의료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할 확률이 높다. 이는 곧 출시 후 관리 책임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시 넓은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대형 업체들에게 힘을 실을 수 있는 부분이다.
생명과학 및 의료 전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알리라헬스(Alira Health)’는 ‘2025년 바이오 시밀러 리포트’에서 “규제 완화로 진입 장벽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R&D 비용 부담과 치열한 경쟁 압박 탓에 상위 대형 제약사 위주로 시장 정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컨대 지금의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움직임은 신규·중소 업체들보다는 대형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에게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역으로 제품 연구개발 및 생산 능력, 허가 대응 능력, 영업·마케팅 역량을 높이고 조직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도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