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얼굴 위로 떨어뜨려 깜짝 놀란 경험은 한 번쯤 있다. 잠들기 직전까지 화면을 붙잡고 있다 보면 시간은 쉽게 늘어나고, 수면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다.
한 여성이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AI 이미지.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를 끊어라", "규칙적인 취침 시간을 지켜라." 수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잘 자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들의 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개별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잠들기 전 무엇을 하고 있을까.
6월2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독자들에게 잠들기 전 습관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고, 1100명 이상이 이에 응답했다. 답변을 종합하면 잠들기 전 시간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하루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응답자들의 습관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감각을 활용해 긴장을 낮추는 방식이다. 청사과 향이 나는 세정제로 주방 공간을 닦거나 아로마 향을 맡는 이들도 있었다. 발에 로션을 바르거나 ASMR(속삭임이나 반복적인 소리로 안정감을 주는 콘텐츠)을 듣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같은 행동은 외부 자극을 부드럽게 조절해 몸과 뇌의 활동 속도를 함께 낮추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사고의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다. 1500피스 퍼즐이나 스도쿠, 종이접기처럼 규칙이 단순하고 손의 움직임이 필요한 활동에 집중하면서 불필요한 생각의 흐름을 차단한다. 가족과 20분간 집 주변을 걷거나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잡한 내면의 잡음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몰입이 과도해질 경우 오히려 각성이 높아져 잠이 달아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신체를 이완시키는 루틴이다. 벽에 다리를 올리거나 요가, 스트레칭, 호흡 중심의 명상처럼 신체 긴장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몸이 먼저 느슨해지면 생각 역시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춘다. 반려동물이나 가족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반려식물에 말을 건네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행동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이 밖에도 디지털 시계를 바라보며 같은 시간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습관, 혹은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최소 한 시간 전에 다른 방에 치워두는 '과격한 방법'도 있었다.
특히 마무리 기록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감사한 일 3가지, 내일 기대되는 일 2가지, 오늘 배운 것 1가지를 적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식이다.
결국 이 다양한 습관들은 잠들기 전의 시간이 잠을 준비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하루를 차분히 정리하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루틴들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잠이 뇌와 몸이 하루를 정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 동안 들어온 정보를 정리해 중요한 기억을 저장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걸러낸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이 저하된다.
그래서 잠은 깨어 있는 모든 걱정의 가장 좋은 치료제다. 감정 조절에도 수면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충분한 수면은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지만 수면이 부족하면 감정이 쉽게 흔들리고 예민해진다. 신체적으로는 근육 회복, 면역 기능 강화, 호르몬 균형 조절이 이루어지며, 장기적으로는 식욕 증가와 대사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약 6시간30분에서 7시간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짧은 편에 속한다.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결국 잠들기 전의 짧은 시간조차 하루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구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거창한 수면 규칙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잠들기 전 몇 분의 작은 루틴이 밤의 질을 바꾸고, 나아가 다음 날의 컨디션까지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