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민주 진영 내부의 멸칭과 비방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조털래유', '문어게인' 같은 멸칭과 신조어가 오가는 감정싸움으로 번진 가운데, 두 사람이 직접 당내 단합 메시지를 낸 셈이다. 이에 '명문정당' 회복에 계기는 마련됐지만, 곧바로 지지층 내부의 갈등 해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1일 오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전직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오찬에 앞서 포옹하며 시작부터 화합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넘어 이제 현 국민주권 정부가 만들어졌는데, 과거 민주 정부의 성과 기반 위에서 또 하나의 층을 쌓아가고 있다"며 "좋은 점은 키우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새로운 것을 더해서 끊임없이 민주 정부의 성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도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를 언급하며 "행사를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건강은 공공재라는 말도 있는데 한숨 돌리면서 건강 관리를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이 대통령은 "집안의 어르신한테 젊은 사람이 건강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에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오찬 메뉴에도 화합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 문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생선류와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의 지역성을 반영한 음식, 여러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는 비빔밥 등이 식탁에 올랐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회동 이후 "두 사람이 민주 진영 내부 갈등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어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가짜뉴스나 멸칭 등으로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 진영의 단합과 외연 확장은 별개의 가치가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민주당 내부는 전당대회 국면을 맞아 '문조털래유', '문어게인'이라는 멸칭이 등장할 정도로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 통합 문제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고, 6월 지방선거를 거치며 골이 깊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또는 친문계에 대한 적대적 언사가 급속히 확산했다. 그 뿌리에는 친청계(친정청래)와 친석계(친김민석계)의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당사자로 꼽히는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는 이번 오찬 회동을 맞아 '통합'을 호소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의 역사, 노무현의 역사,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더욱 꽃피워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님과 문재인 전 대통령님의 만남에서 명문정당의 기풍이 다시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적었다.
여기서 '명문정당'은 이재명의 '명', 문재인의 '문'을 따온 표현이다. 동시에 '명문가'라고 할 때의 '명문'과도 겹치는 중의적 표현이다. 이 말은 2022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문 전 대통령이 당의 화합을 당부하며 "친명은 친문과 같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2024년 2월 이 대표가 다시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도 문 전 대통령은 친명과 친문을 나누는 프레임에 대해 "우리는 하나"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때도 '명문정당'이라는 표현이 다시 부각됐다.
다만 지지층의 반응은 엇갈렸다. 두 사람의 회동으로 당내 통합의 실마리가 잡혔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미 깊어진 지지층 내부의 균열을 단번에 봉합하기는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도 많았다. 특히 '문조털래유' 같은 멸칭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실제 회동 당일에도 계파간 신경전은 이어졌다. 김민석 전 총리는 1일 공개된 오마이TV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을 두고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 이런 것을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재건축론'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합리적 개혁, 진보, 보수, 중도를 다 끌어안아야 한다. 그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유 작가라든가 정 전 대표와 생각이 다르다. 저는 그게 틀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민주당 내분 과정에서 '문어게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감정싸움에 기름을 부었던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동에 대해 별다른 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 의원은 회동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유시민 작가를 비판하며 "문어게인식의 정치 논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