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에서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 ‘붐’을 타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사업에서 큰 ‘기회의 장’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온은 전기자동차(EV)배터리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특히 SK그룹에서 국내 AI 데이터센터에 1천조 원이라는 초거대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수혜를 볼 가능성이 나온다.
이용욱 SK온 대표이사 사장. ⓒSK온
7월1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 폭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은 2021년 연간 110%를 기록한 뒤 2025년 22%까지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6년 1~5월 기준으로는 성장률이 3%에 그쳤다. 2020년대 초반 성장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제자리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 둔화는 전기차배터리 탑재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견준 2025년 1~5월 전기차배터리 탑재량 증가율은 39%로 나타났지만 2026년 1~5월은 증가율이 16%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북미 전기차배터리 탑재량은 오히려 24% 감소했는데 유럽과 함께 북미를 주력 시장으로 두고 있는 국내 배터리3사에게 부정적 소식으로 해석된다.
전기차배터리 성장 둔화에 이용욱 SK온 대표이사 사장의 고심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정체에 따른 영향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 모두에게 미치지만 수익성 반등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SK온이기 때문이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에서 물적분할한 2021년 10월 이후 단 1개 분기만(2024년 3분기) 영업이익을 냈을 뿐 모두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6년 1분기에도 연결기준 영업손실 1451억 원을 냈다.
SK온이 사실상 파우치형 배터리만을 생산한다는 점도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반등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전기차배터리 점유율을 폼팩터별로 보면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양분하고 있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28%를 기록한 뒤 2026년 1~5월 10%까지 감소했다. 반면 SK온이 아직 생산하지 않는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결국 SK온이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반전을 모색하려면 파우치형 배터리 탑재량의 성장이 필수인데 최근 흐름을 보면 현실화하기 쉽지 않은 가정으로 평가된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7월1일 이차전지산업 분석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파우치형 배터리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고 각형 배터리가 글로벌 성장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다”며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배터리3사의 판매량 추이인데 SK온은 정체 국면에 놓여 있다”고 바라봤다.
이 사장은 최근 SK온 단독 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년째 영업손실에 눌려 있는 SK온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ESS 배터리 사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이용욱 사장은 기존 각자 대표였던 이석희 사장이 5월28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SK온을 단독 대표로서 이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장이 기대할 수 있는 부분으로는 국내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에 따른 ESS 배터리 수요 확대가 꼽힌다.
이 사장은 SK온의 2026년 중점 사업으로 ESS 배터리를 내세우고 신규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ESS용 고에너지밀도 리튬인산철(LFP) 파우치 배터리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에서 부품 비용 절감과 생산량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용량 셀 수요가 커지는 흐름에 맞춘 행보다.
SK온은 북미 ESS 시장 진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온은 2025년 9월 미국 재생에너지기업 플랫아이언에너지개발과 최대 7.2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북미 ESS 시장에 진출했다. 2026년에는 글로벌 ESS 시장에서 20GWh 이상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복수의 미국 현지 고객사와 모두 10GWh 이상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대규모 투자계획이 세워지면서 해외 시장뿐 아니라 안방에서도 ESS 배터리의 큰 장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전력 소모량이 수십 배에 이르러 대규모 전력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진다. 특히 전력 충당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연계를 늘리면서 전력 수급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전량이 널뛰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센터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남는 전력을 저장해 두는 ESS는 필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될수록 ESS 구축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확실한 중장기 실적 반등의 활로를 찾을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29년까지 8.4GW(기가와트), 금액 기준으로는 550조 원가량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 2035년까지 추가 10GW를 더해 AI 데이터센터 규모는 18.4GW로 늘리겠다는 장기 계획도 갖췄다.
재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특히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와 밀접한 연계성을 지닐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ESS와 ESS 배터리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SK그룹이 전국 각지에 15GW 규모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한 점은 계열사인 SK온이 ESS 배터리 수주에서 중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SK그룹은 6월29일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계기로 전국 AI 인프라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이 프로젝트에는 모두 1천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SK온은 2026년 2월 결과가 발표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전체 7개 사업지 가운데 3곳, 물량 기준으로 5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재 서산 공장의 모두 7GWh 규모 가운데 절반 수준을 ESS용 LFP 배터리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설비 교체 작업을 거쳐 2026년 말 시범 생산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6월30일 ‘3대 메가프로젝트 핵심 내용 및 주식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은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전력기기, 원전·발전설비, 2차전지를 동시에 보유한 드문 제조업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전력망, 냉각, 발전과 함께 ESS 시장이 수혜 영역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