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2기 들어 전례 없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그의 '도널드(Donald)'란 이름도 미국 부모들 사이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인기를 기록했다.
미국 사회보장국의 신생아 이름 인기 순위 조사에 따르면, 도널드라는 이름은 2025년에 접어들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 이름은 2024년 673위에서 2025년 미국 남자아이 인기 이름 순위 690위로 떨어졌다. 1880년대부터 집계된 미국 아기 이름 통계에서 역대 가장 낮은 순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맨 왼쪽)가 6월1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대회에 아버지 트럼프 대통령(가운데), 어머니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는 현재 Briar(브라이어), Omari(오마리), Dereck(데릭), Westin(웨스틴)보다 낮은 순위에 있다. 지난해 도널드라는 이름을 가진 신생아는 395명에 그쳤다. 2024년에는 408명, 2023년에는 415명이었다.
도널드 이름의 인기는 1934년에 정점을 찍었다. 당시 도널드는 미국 남자아이 이름 가운데 여섯 번째로 인기 있는 선택지였다. 그해 남자아이 3만408명, 여자아이 110명이 도널드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1923년부터 1942년까지 도널드는 남자아이 이름 상위 10위 안에 안정적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해 1970년 후반에는 5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1990년대 초반에는 100위권 밖으로도 떨어졌다.
도널드 이름의 인기가 가장 크게 떨어진 때는 2022년이었다. 당시 이 이름은 순위에서 81계단이나 내려앉았다. 2017년과 2021년, 2023년에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하락세를 이어왔고 지난해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본래 대통령과 부통령의 이름은 그들의 재임 기간 인기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레이건 재임기의 로널드(Ronald), 닉슨 재임기의 리처드(Richard), 포드 재임기의 제럴드(Gerald), 부시 재임기의 조지(George)가 그랬다. 린든(Lyndon)이라는 이름은 존슨 대통령 취임 다음해인 1964년에는 인기가 올랐지만, 이후 존슨의 남은 재임 기간에는 급락한 바 있다.
미국의 아기 이름 정보 사이트 '네임베리'의 소피 킴 편집장은 허프포스트와 나눈 인터뷰에서 "요즘 부모들은 현직 대통령과 부통령의 이름을 일부러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자녀의 이름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치 않는 부모들도 있고, 선출직 공직자의 이름이 훗날 당사자의 행동에 따라 '망가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킴 편집장은 도널드라는 이름의 인기가 하락한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보다 미적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킴 편집장은 "정치인의 이름은 사실 그 정치인의 인기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 과거에는 달랐을지 몰라도, 적어도 오늘날에는 그렇다"며 "도널드의 인기가 떨어진 주된 이유는 트럼프의 낮은 지지율이라기보다, 이 이름이 시대에 뒤처진 '할아버지 이름'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기 이름 작명 전문가이자 '마이 네임 포 라이프' 회사의 창립자인 셰리 수잔도 킴과 같은 의견을 보였다.
수잔은 "역대 대통령 이름과 마찬가지로 도널드는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쓰여온 전통적이고 매우 흔한 이름"이라며 "미국에서 공식 기록이 축적되기 시작한 이래 꾸준히 쓰여온 이름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나 다른 유명한 동명이인과 별개로 이름 자체가 긴 역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름의 인기는 특정 인물보다 그 이름이 쓰이는 시대의 작명 트렌드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도널드가 가장 인기 있던 시기에 함께 유행했던 리처드, 로널드, 레이몬드(Raymond) 같은 이름들도 여러 세대가 바뀐 지금 대체로 인기가 떨어진 상태인 점을 짚었다.
수잔은 "로건(Logan)과 리암(Liam) 같은 이름에 익숙한 부모 세대에게는 지금은 덜 쓰이는 고전적 이름이 몇 년 뒤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도널드는 다른 오래된 이름들과 함께 당분간은 계속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름의 인기 상승과 하락은 시대별 유행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설명이다.
신선하거나 색다르게 느껴지는 이름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트럼프의 막내아들 이름인 배런(Barron)의 상승세다.
아기 이름 작명 전문가 테일러 험프리는 허프포스트 인터뷰에서 "도널드 같은 이름은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반면, 배런은 부모들에게 권력, 부, 영향력, 세련된 이미지를 은근하지만 분명하게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호감일 수 있다"며 "배런 같은 이름을 선택하는 것은 대놓고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드러내고 싶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