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전략책임자(GSO)가 글로벌 투자안목을 또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미래에셋그룹이 미국 AI 스타트업 젠스파크에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베팅이 스페이스X 투자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장이 단순 검색을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단계로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이 얼마나 제대로 이 흐름을 읽었는지가 이번 투자의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23년 12월11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갓생한끼(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에 참석해 젊은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1일 글로벌 투자업계 움직임을 종합하면 박현주 회장이 미국 AI 스타트업 젠스파크에 단행한 신규 투자가 과거 스페이스X 투자에서 거둔 성과에 필적하는 수익을 재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젠스파크는 한마디로 ‘답을 해주는 AI’를 넘어 ‘일을 해주는 AI’를 지향한다. 사용자가 자료 조사나 문서 작성, 발표자료 정리 같은 업무를 지시하면, 여러 AI 모델과 도구를 묶어 실제 결과물까지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표와 문서를 만들고, 다시 발표자료까지 연결하는 식이다. 사무직 직장인에게는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생산성 플랫폼으로서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다.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이 젠스파크에 투자를 감행한 것은 AI 생산성 플랫폼으로서 성장잠재력을 눈여겨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최근 젠스파크에 1억 달러(한화 약 1544억 원)를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술기업 투자사 소조벤처스, 실리콘밸리 기반 스타트업 투자사 업어니스트캐피털 등도 함께 한 것으로 6월17일 알려졌다. 이번 미래에셋의 투자는 앞서 젠스파크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시리즈B 투자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리즈B 투자는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사업성을 검증받은 다음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사업을 확장하려고 유치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 단계다.
젠스파크는 최근 시리즈B 투자를 통해 4억8500만 달러(약 7488억 원)를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누적 투자금은 6월26일 기준으로 6억4500만 달러(약 99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스파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속도다.
웬 상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지시각 6월 23~26일 미국 팔로알토 본사에서 진행한 미디어 투어에서 "AI 워크스페이스 1.0를 출시하자 젠스파크는 45일 만에 이용자 200만 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상 COO는 이어 "출시 5개월 내로 연간반복매출(ARR) 5천만 달러(약 772억 원), 9개월 만에 1억 달러(약 1544억 원), 1년6개월 후에는 2억5천만 달러(약 3860억 원)를 넘어섰고 성장 속도는 꾸준히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도 젠스파크의 성장을 주목했다. 로이터는 지난 6월17일 "젠스파크는 기업용 AI 업무 플랫폼 출시 6개월 만에 6천 개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미래에셋의 이번 젠스파크 투자에는 박 회장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박 회장은 현재 미래에셋그룹에서 글로벌전략담당(GSO)로 활동하고 있고, 이전부터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면 해외 시장과 혁신 산업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2018년 10월16일 미래에셋생명 사내 방송에서 "부동산 호황이 막바지에 왔다"며 "부동산에 묶인 자금은 보험이나 펀드로 옮겨갈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이 미래에셋의 방향성이다"고 말했다.
젠스파크 투자 역시 단순 재무투자가 아닌 박 회장이 장기적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이전에도 혁신 산업에 투자해 큰 성과를 낸 적이 있다. 그는 1999년 미국의 인터넷 열풍이 한국에도 나타날 것을 예측했고, 미래에셋캐피탈은 같은 해 12월 '다음'에 24억 원을 투자해 1천억 원에 이르는 차익을 올렸다.
이 밖에도 박 회장은 중국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 중국 드론 제조기업 DJI, 인도네시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부깔라팍, 인도 이커머스 식품기업 빅바스켓, 인도 차량공유서비스 올라, 네이버파이낸셜, 임파서블 푸드 등에도 비상장사일 때부터 투자를 단행해 성과를 올렸다.
최근 박 회장의 대표적인 혁신 산업 투자 성공 사례로는 스페이스X가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과거 스페이스X에 2022년과 2023년 두 번 투자를 진행했다. 누적 투자액은 2억7800만 달러(약 4291억 원)에 달했다.
당시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스페이스X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스페이스X 투자에는 박 회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에서 해당 투자건을 조카인 토마스 박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법인 대표가 발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당시 스페이스X의 가치는 1270억 달러(약 1조9600억 원)로 측정됐다. 올해 6월12일 스페이스X의 기업 공개 당시 측정된 기업 가치는 1조7700억 달러(약 2732조 원)다. 미래에셋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현재의 7% 언저리일 때 투자를 진행한 셈이다.
위 투자에 더불어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법인을 통해 참여한 스페이스X 기관 청약에서 약정 물량 일부를 코너스톤 투자자 자격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너스톤 제도는 상장 공모 이전에 발행사와 주관사가 핵심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주식을 배정하는 제도다. 이는 미래에셋계열사가 스페이스X에게 핵심투자자로 인식됐다는 것을 뜻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9일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가 공모가 그대로 6월 말 주가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2분기에 인식할 스페이스X 세전 평가이익은 성과 보수 차감 후 기준으로 1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는 6월12일 주당 135달러(약 20만99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하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스페이스X 주가는 현재 1일 오후 2시52분 기준 171.46달러(약 26만5500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