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차량 안에 있던 어린이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폭염 시 차량 방치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2026년 5월 26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한 시민이 극심한 폭염을 피해 우산 아래 몸을 숨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남동부에서 4살과 2살 어린이 두 명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프랑스 검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당시 기온이 섭씨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던 만큼 폭염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인근에서는 80~95세 노인 3명이 폭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숨졌고, 같은 기간 13명이 수영 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안팎을 유지하는 이례적인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프랑스 전역에는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남아공의 경기가 열릴 예정인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한 22일(현지시간) 오후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스타디움 옆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북미 지역의 무더위도 선수 안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는 대표팀이 찾는 멕시코 몬테레이는 한여름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데다 습도까지 높아 선수들에게는 또 하나의 상대가 될 전망이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90분을 뛰어야 하는 만큼 열탈진과 열사병 위험도 커진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가 고온 환경에서 열리는 경기에는 쿨링 브레이크를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것도 선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한국 역시 폭염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5년 온열질환자는 4460명, 추정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2018년(4526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폭염은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태풍이나 지진처럼 눈에 띄는 파괴의 흔적을 남기지는 않지만,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폭염과 관련된 연간 사망자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쟁이나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를 웃도는 규모다.
폭염은 체온 조절을 위해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면서 심장과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온열질환과 장기 손상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문제는 더위가 해가 진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낮 동안 달궈진 열기가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는 몸이 회복할 시간을 빼앗는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피로가 쌓이고 체온 조절 능력도 떨어진다.
여기에 습도까지 높아지면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몸속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같은 기온이라도 유난히 숨이 턱턱 막히고 견디기 힘든 이유다.
서울 동남·서남권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8일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쿨링포그 시설 아래로 걷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의 피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오지 않는다. 건설 노동자와 농업 종사자처럼 야외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사람들은 물론, 노숙인과 독거노인, 냉방시설이 부족한 가정의 주민들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폭염이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한 재난'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자주 마시고,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에는 야외 활동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챙이 넓은 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해 직사광선을 막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나 술은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내에서도 대비는 필요하다. 낮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햇빛을 차단해 실내 온도 상승을 막고, 기온이 내려가는 저녁 시간대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한여름 차량 내부는 짧은 시간 안에 위험한 수준까지 온도가 치솟을 수 있는 만큼 어린이나 노약자를 차 안에 홀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16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남부소방서에서 권선119안전센터 정성혁 소방교와 장준서 소방사가 얼음조끼와 아이스팩 등 폭염 대비 물품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은 공동체가 함께 대비해야 할 재난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웃이 있다면 안부 전화 한 통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현기증이나 두통, 메스꺼움, 근육경련 같은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냉방시설이 없는 가정이나 외부 활동 중인 시민이라면 무더위쉼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안전디딤돌 앱이나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가까운 쉼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