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조건을 미국에게 제시했으니 미국 쪽은 즉답을 피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해협 개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026년 8월2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당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통신=연합뉴스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언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서는 미국이 이란에 가한 해상 봉쇄와 제재를 해제하고, 이란 주변 해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고, 동결된 이란 자산을 해제하고, 이란에 관한 위협을 중단하며, 중동 지역 이란 동맹국에 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이란은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관리 방안에 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오만 협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으나, 이란이 개방의 전제 조건을 다시 제시함에 하면서 해협의 완전한 개방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사르다르 모헤비 대변인은 8일 타스님 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는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전적으로 수용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미국은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 위반에 관한 보상을 포함해 다른 조건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는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체결한 휴전 양해각서를 의미한다. 양해각서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미국의 이란 석유 제재의 일시적 해제 등의 조건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은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선박들에게 오만의 해안선을 따라 이란 영해를 피하는 남쪽 항로를 제안했으나, 이란은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경고를 보내고 공격했다. 휴전은 백지화됐고 미국은 지난달 14일 다시금 이란 항구에 해상 봉쇄 조치를 취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8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새로운 항로를 확보하려 했고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약화시키려 했다"며 "양해각서 위반이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침해는 이란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빠른 시간 내에 재개방되지 않으면 미국 내 에너지 및 소비자 물가가 상승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당인 공화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이와 별도로 미국 고위 관료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가 거의 임박했다고 밝혔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은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과 오만 사이의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며 "양측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교통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서 "이란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미국은 이란에 관해 상당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