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 에어부산의 전환사채에 대해 전환권을 행사하면서 에어부산 지분율을 높였다. 저가항공 3사(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부산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능성을 차단하는 모습이지만, 실제 통합까지는 합병비율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2025년 5월 취득한 1천억 원 규모의 에어부산 전환사채(제6회 무보증 사모 영구전환사채) 전액에 대한 전환권을 행사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주식수는 4627만4872주다.
이번 전환권 행사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종전 41.89%에서 58.40%로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 쪽은 이번 전환권 행사에 대해 “비상경영 상황 속에서 에어부산을 재무적으로 건실하게 유지해 기한 내 안정적인 저가항공(LCC) 통합을 완수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에어부산은 총 6회에 걸쳐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5회차분까지는 에어부산이 모두 상환했다.
이번 전환권 행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2026년 12월 완료 예정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LCC 3사의 통합을 앞두고 지배력 강화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행하는 사전 작업이라고 해석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종전 지분율 41.89%는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나 향후 주주총회 특별결의(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 등 중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하기에는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번에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면서 향후 LCC 통합 등을 위한 주주총회 의결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주주총회 출석률이 100%에 이르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58.40%는 사실상 특별결의까지 장악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전환권 행사로 부산 지역 주주들이 연대해 통합 반대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반대 의결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부산시와 부산 기업들은 도합 16%가량의 에어부산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애초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 아시아나항공이 함께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지역 항공산업 발전을 목표로 출범해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성장해 왔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 기업들과 시민단체는 그간 에어부산을 한진그룹에 통합시키지 말고 분리매각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율 58.40% 확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능성을 차단하고 통합 LCC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전환권 행사로 에어부산의 부채를 줄이고 자본을 늘리는 ‘자본확충’ 효과도 볼 수 있게 됐다. LCC 통합 이전에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건전성을 높여 에어부산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에어부산이 발행한 전환사채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있었다. 에어부산이 감당해야 할 이자 리스크를 아시아나항공이 선제적으로 줄였다고 볼 수 있다.
에어부산 항공기 ⓒ 에어부산
◆ 진에어-에어부산 합병(교환)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이 변수
이번 지배력 강화에도 조원태 회장이 그리는 ‘통합 진에어’ 출범까지는 적잖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 그 장애물은 주로 에어부산과 관련돼 있다.
우선 LCC 3사 중 에어서울은 비상장사이자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여서 통합에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진에어가 에어서울을 흡수합병하거나 자회사로 편입하는 경우 아시아나항공(또는 합병 후 대한항공)이 이를 찬성하는 절차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에어부산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에어서울과 상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진에어-에어서울 통합 이후 에어부산 통합을 추진하는 단계적 통합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진에어가 에어부산을 즉시 합병하기 위해서는 합병비율이 문제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에어부산 주주(부산 지역 주주와 소액주주, 도합 41.6%)들이 합병비율을 문제삼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통합 LCC는 막대한 현금 지출 부담을 안게 되며, 합병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합병을 앞둔 양사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마지노선을 초과해 합병이 무산되는 일은 업계에서 종종 발생한다.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합병 계약 시 제시된 양사 통합 최대 한도(1조360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1조6299억 원의 주식매수 청구가 이뤄지면서 합병계약이 해제된 바 있다.
진에어가 에어부산을 즉각 합병하는 대신 ‘포괄적 주식교환’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진에어가 에어부산 지분 전량을 가져가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대신 신주를 발행해 에어부산 주주들에게 배분한 뒤 에어부산을 상장폐지시키고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기업 합병에 포함되는 채권자 보호 등이 생략돼 절차적으로 더 간단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이 지분율을 높인 것도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를 더 쉽게 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 있다.
다만 포괄적 주식교환에서도 구주와 신주의 교환비율은 문제가 되며, 에어부산 주주들이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진에어-에어부산 합병 시기를 에어부산의 주가가 많이 올라 에어부산 주주들에게 교환비율이 유리해지는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는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재무적 대비책을 확실하게 마련해 두는 방법도 있다.
요컨대 실제 진에어-에어부산 통합 단계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적절한 합병(교환)비율 산정과,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 동원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합병 또는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수주주 주식 강제매수제도(스퀴즈아웃)’를 활용해 진에어-에어부산을 통합할 수도 있다. 진에어가 에어부산 주식을 공개매수해 지분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린 뒤 나머지 5% 미만의 주식을 강제로 매입하고 에어부산을 강제로 상장폐지시킨 후 합병하는 방식이다.
상법 제360조의24(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에 따르면 지분 95%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나머지 소수주주들에게 보유 주식을 매도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보다 손쉬운 방법이지만 주주들에게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실적 우선순위는 포괄적 주식교환보다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