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추진에 나섰다. 호주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 SNS 이용 제한을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도입 가능성 또한 관심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 보는 런던 청소년들.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르면 내년 봄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규제 대상에는 엑스(X),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유튜브 등 주요 SNS 플랫폼이 포함된다.
이 같은 규제 논의가 힘을 얻는 배경은 청소년을 온라인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7%가 16세 미만 SNS 이용 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2%는 SNS의 위험성이 이점보다 크다고 답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디지털 기기 사용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영국 교육부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포함해 교내 전자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으며, 교육감시기구인 오프스테드(Ofsted)는 해당 규정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SNS 금지법을 도입한 호주의 사례를 적극 참고하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는 SNS 이용을 위해 강력한 연령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영국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정책을 두고 "어린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되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무한 스크롤 방식의 숏폼 콘텐츠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를 밝혔다.
영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임 플랫폼과 각종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16세 미만 이용자의 라이브 스트리밍 이용과 낯선 사람과의 소통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심야 시간대 서비스 이용 제한과 무한 스크롤 기능 규제, 연애 관계 형성이나 성적 역할극 기능을 제공하는 AI 챗봇의 미성년자 이용 제한 등도 논의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온라인 안전 규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미성년자 SNS 규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호주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이미 청소년 SNS 이용 제한에 나섰고, 프랑스·스페인·그리스·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연령 인증 강화 또는 이용 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부모 감독 의무화와 중독 유발형 서비스 설계 규제를 도입했다. 국가별 방식은 다르지만 청소년의 온라인 중독과 유해 콘텐츠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공통적이다.
세계 각국에서 무한 스크롤링형의 숏폼 콘텐츠를 문제 삼는 이유는 청소년의 뇌가 아직 성장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의과대학의 실야 코솔라 교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메디신(PLOS Medicine)'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SNS의 중독성 알고리즘이 청소년 뇌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뇌는 감정과 보상 예측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먼저 성숙하는 반면, 충동 조절과 미래 계획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은 가장 늦게 발달한다. 이 같은 발달학적 불균형 때문에 청소년은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숏폼 영상이나 즉각적 알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이러한 자극이 반복될 경우 도파민 수용체의 민감도가 낮아져 기존 수준의 자극으로는 만족감을 얻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결국 더 강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되며, 이는 향후 게임 중독이나 도박, 약물 의존 등 각종 중독 행동에 취약한 뇌 구조를 형성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과도한 SNS 사용은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학습 능력 저하와 같은 인지 기능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 위험 증가, ADHD 발생률 상승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한국 정부 역시 청소년 SNS 이용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3%에 달한다. 이에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미성년자 SNS 규제와 관련해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차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제도화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회에는 14세 미만 아동의 SNS 가입을 제한하거나 일일 이용 시간을 설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에 있다.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은 청소년 보호와 기본권 보장 사이의 균형이다. 미성년자는 보호가 필요한 대상인 동시에 헌법상 기본권을 향유하는 권리 주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은 단순히 규제 필요성만으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청소년 보호와 권리 보장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향후 국내 SNS 규제 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