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럭셔리 브랜드를 ‘명품’이라고 부른다. 예술작품에 비견될 만한 가치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가 담긴 표현이다. 그런데 모든 럭셔리 브랜드를 ‘명품’이라고 불러도 될까? 단지 해외에서 들어온 유명하고 가격이 비싼 제품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명품이라 불리는 데 부족함이 없는 제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럭셔리 브랜드를 취재하고 경험해온 나름의 기준을 정리해봤다.
130주년을 맞은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캠페인 이미지. ⓒ루이비통
첫 번째는 ‘브랜드를 지탱하는 역사와 유산’이다. 반드시 정해진 기간 이상의 역사를 가져야만 명품이라는 뜻이 아니다. 역사와 유산은 브랜드와 제품을 지속시키는 안정된 뿌리로 기능한다. 고유한 역사와 유산을 갖춘 브랜드는 트렌드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풍성한 아카이브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한다. 루이비통이 올해 모노그램 탄생 13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특별 컬렉션도 그 유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세월을 거스르는 디자인’이다. 많은 이들이 애정하는 샤넬의 2.55 백, 에르메스의 버킨과 켈리, 디올의 레이디 디올 등은 세상에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났다. 시대가 바뀌면서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최초의 디자인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클래식하면서도 동시대적인 디자인의 표본이다.
세 번째는 ‘탁월한 품질’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숙련된 장인이 최고급 재료와 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세간의 눈높이를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는다. 높은 가격에 따르는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도 여느 산업 못지않게 투자한다.
이러한 제품들에는 자연스럽게 네 번째 기준인 ‘희소성’이 추가된다. 한정판 또는 유니크 피스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는 제품에는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최근에는 명품이라는 이름의 조건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그동안 럭셔리 브랜드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 이미지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제품의 구상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에서 사람과 사회, 환경을 고려한다. 공정하게 수집되고 환경을 보호하는 재료,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생산 방식이 그 예다. 프라다와 루이비통이 최근 선보인 리필 가능한 립스틱도 그 연장선이다. 얼핏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방식처럼 보이지만, 소비자의 편의와 환경을 함께 고려한다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과거 럭셔리 브랜드는 왕족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점차 대중과 가까워지면서 오늘날에는 사회와의 공존까지 브랜드의 책임으로 삼는 시대가 됐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이 시대 명품이 갖춰야 할 자연스러운 덕목이다.
글쓴이 이윤정 작가는 1993년부터 2023년까지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의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명품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여러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가 주목하는 시장이 되기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그 현장을 취재하고 지켜봐왔다. 럭셔리 제품과 브랜드에 관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담아 쓴 첫 책 『언베일』은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됐다. 제45회 한국잡지언론상 기자 부문을 수상했고, 럭셔리 브랜드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현재는 브랜드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