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2024년 신한은행에게 빼앗겼던 ‘리딩뱅크’의 자리를 취임 첫 해인 2025년 탈환해 오는 성과를 거둔 인물이다. 그리고 2026년 첫 분기 실적에서 리딩뱅크 자리는 다시 신한은행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이환주 행장이 리딩뱅크 왕좌를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대폭 높아졌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과징금이 대폭 완화되면서 수백억 원대의 충당금 환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반기 KB국민은행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도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허프포스트코리아
◆ 완화된 ELS 과징금, KB국민은행 환입 수혜 예고편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임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홍콩 ELS 관련 과징금을 최종 6천억 원 수준으로 재확정해 금융위원회로 재이송하면서, KB국민은행이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 환입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KB국민은행은 홍콩 ELS 과징금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과징금을 합산해 2025년 4분기 3330억 원, 2026년 1분기 976억 원 등 총 4306억 원의 충당금을 선반영해 뒀다.
전체 6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 중 KB국민은행의 몫은 절반 수준인 약 3천억 원으로 알려졌다. LTV 담합 과징금이 이미 697억 원을 더하면 최종 과징금은 약 3700억 원 수준으로, 만약 올해 2분기에 과징금이 최종 확정 된다면 6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장부상 이익(환입)으로 돌아오게 된다.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상반기 순이익 경쟁에서 KB국민은행의 유리한 구조가 한층 두드러진다.
KB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액은 8조1972억 원으로, 2위인 신한은행(2조3701억 원)의 약 3.5배이자 전체 판매액(약 16조 원)의 절반에 이른다. 판매 규모가 압도적이었던 만큼 충당금 적립액도 압도적이었고, 이에 따라 환입 규모 역시 경쟁사보다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약 1846억 원을 과징금 충당금으로 적립한 신한은행 역시 적립된 충당금이 실제 과징금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환입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애초에 ELS 관련 예상 과징금이 KB국민은행과 비교해 적은 수준이었던 만큼 환입 규모는 KB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 영업 펀더멘털은 이미 1위, 이환주 상반기 왕좌 탈환 유력
충당금 환입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환주 행장의 ‘상반기 리딩뱅크 탈환’ 성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에 KB국민은행은 1조1010억 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신한은행(1조1571억 원), 하나은행(1조1042억 원)에 이어 순위익 기준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는 1분기에 ELS 관련 충당금 약 980억 원을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한 데 따른 것이었다.
충당금 관련 일회성 비용을 제거하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KB국민은행이 영업 기초체력(펀더멘털)측면에서 경쟁사를 앞섰다. 1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2조7676억 원, 수수료이익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3730억 원, 순이자마진(NIM)은 1.77%로 모두 시중은행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회성 비용만 없었다면 1조2천억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으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일회성 비용 부담이 사라지고, 2분기에 충당금 환입까지 시작된다면 순이익 역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다만 금융위 정례회의의 최종 의결 타이밍과 은행별 확정 및 회계 반영 절차에 따라 정확한 환입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왔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하나은행, 2024년에는 신한은행에 자리를 내줬다. 2025년 1월 취임한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5년 순이익을 2024년보다 18.8% 늘리는 데 성공하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이 행장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올해 가계대출 성장 목표를 1~2%로 관리하는 대신 기업대출을 6~7% 성장시키는 축으로 전략을 이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20조 원 규모의 ‘KB 국민행복 성장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기업금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양종희 회장 연임 가도 호재, 정부와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압박은 변수
이번 과징금 경감은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전선에도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이 취임 첫 해인 2023년 순이익 기준 ‘리딩금융’ 자리를 신한금융그룹에게서 뺏어왔을 뿐만 아니라 3년 연속 리딩금융을 수성했고, 더 나아가 경쟁사와의 격차 역시 계속 늘리고 있는 만큼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양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22년에는 신한금융그룹(4조6656억 원)이 KB금융그룹(4조1530억 원)을 순이익 기준 약 5126억 원 차로 앞서며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양 회장의 취임 첫해인 2023년에는 KB금융그룹(4조6319억 원)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하며 신한금융그룹(4조 3680억 원)과의 격차를 약 2639억 원으로 역전시켰다. 물론 양 회장이 11월에 취임했다는 것을 살피면 이는 전임자의 공로로 볼 수도 있으나, 양 회장은 이 격차를 2024년 5607억 원, 2025년 8714억 원으로 계속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강력한 주주환원 성과도 연임 명분을 뒷받침한다. KB금융은 2025년 총주주환원율 52.4%로 5대 금융지주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주당현금배당(DPS)을 전년 동기 대비 25.3% 늘린 1143원으로 확정했다. 실적발표에서 공언한 1.2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역시 올 7월 완료(기매입 6천억 원 소각 및 6천억 원 추가 매입)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여기에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상반기 리딩뱅크 성과까지 더해지면 양 회장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다만 거세지는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과 복잡한 지분 구조는 변수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 구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일반결의(출석 주주 과반 찬성)에서 특별결의(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8.97%)과 합산 지분율이 20%에 달하는 외국계 기관투자자(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캐피탈그룹 8.27%, 블랙록 6.02%, JP모건 5.37%)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입금 측면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실적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ELS 사태 당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 역시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