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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을 맞이해 LG그룹에서 가장 먼저 실적이라는 가시적 성과물을 수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도체 기판 시장이 메모리에 이어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문 사장은 발 빠른 생산설비 증설로 성과 도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다음은 기판이다 : LG이노텍 문혁수 '증설 속도전'으로 AI 시대 LG그룹 도약 선봉 선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LG이노텍

6월5일 증권업계와 반도체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AI 기술이 점차 고도화하면서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반도체 기판 산업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신제품과 베라 루빈을 잇따라 선보이며 AI 칩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량은 물론 네트워크 대역폭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사양 AI 가속기의 면적이 넓어지고 패키징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지탱할 고다층·대면적 기판의 소요량이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비교해 급증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불과 6주 안팎이던 반도체 기판 조달기간(리드타임)이 최고 24주까지 4배 가까이 늘어나며 산업 전반의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엔비디아, 마벨,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에 나서며 반도체 기판을 포함한 AI 핵심 부품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6월5일 발간한 ‘메모리, 기판: 공급 절벽’ 리포트에서 “현재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공급 절벽의 최대 수혜를 보고 있다”며 “AI 서버용 기판은 고다층·대면적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고부가가치화하고 있지만 신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공급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2일(현지시각) 맷 머피 마벨 최고경영자(CEO)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기조연설 무대에서 “AI 인프라 확장의 핵심 병목이 GPU에서 메모리를 거쳐 연결성(Connectivity) 단계로 이어지면서 발생한다”며 기판 분야의 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공급 절벽 상황 속에서 선제적 대규모 증설로 가치사슬(밸류체인)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한 곳이 LG이노텍과 문혁수 사장이다.

LG이노텍은 6월4일 베트남 하이퐁시와 반도체 기판 공장 증설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문혁수 사장은 양해각서 체결식에 타인 쭝 베트남 하이퐁 시장 등과 함께 직접 참석했다.

LG이노텍은 베트남 하이퐁에 반도체기판 공장을 건설한다. 2026년 7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증설은 베트남 생산법인에서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구체적 투자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베트남에 새로 꾸려지는 반도체기판 공장에서는 LG이노텍의 기판 3종(RF-SiP, FC-CSP, FC-BGA) 등이 생산된다. RF-SiP(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 기판은 모바일 기기의 통신을 위한 반도체 부품을 메인보드와 연결하고 FC-CSP(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는 칩과 기판 사이 전기적 연결을 짧고 효율적으로 구현한 패키지를 메인보드와 잇는 기판이다.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기판은 미세한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연결해 주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으로 AI 시대 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대표적 제품이다.

문 사장은 이번 LG이노텍의 베트남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 증설을 통해 카메라모듈과 동일하게 생산지 이원화 전략을 추진한다. 국내 구미사업장은 신기술 개발 및 신제품 생산을 전담하는 ‘마더팩토리’ 역할을 하고 베트남은 대량 생산기지를 담당하는 ‘투트랙’으로 운영된다. 기술 리더십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극대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여겨진다.

문 사장은 반도체 기판 수요 확대가 시장의 예상처럼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신속하게 증설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사장은 3월23일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생산능력 확대는 반도체 기판 수요에 관한 준비를 미리 하는 것이고 현재 수준의 2배 정도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증설을 언급한 지 2개월 반 만에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다.

문 사장은 반도체 기판 관련 LG이노텍 국내 투자도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미 2025년 3월 경북 구미시와 맺은 투자협약을 기반으로 2026년 말까지 FC-BGA 확대를 포함한 6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도체 기판 수요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 투자를 계획하기로 했다.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은 AI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LG그룹에서도 가장 먼저 가시화한 성과를 보여줄 사업으로 점쳐진다.

최근 지주사 LG,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 급등에서 알 수 있듯 AI 모델이나 로봇 등에서 LG그룹이 신규 사업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처럼 실적으로 본질적 기업가치 성장력을 확인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6월1일 유튜브 채널 장르만여의도에 출연해 젠슨 황 CEO 이슈와 연계된 LG전자 주가 급등과 관련해 “주가가 오르면 좋은데 걱정도 된다”며 “펀더멘탈(기초체력)로 (주가가) 상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삼성전자 오르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숫자(실적)가 받쳐주기 때문”이라며 “LG전자는 현재 숫자로 가는 것이 아니고, 로봇 사업을 보면 가정용 로봇이 2028년에 양산 돌입한다고 하는 상황이며 현대자동차와 비교하면 로드맵도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 사업은 AI 확산과 함께 실적에 먼저 반영될 분야라는 예측이 나온다. 문 사장도 이번 베트남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를 결정하면서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 매출을 2030년까지 3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중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5년 매출 1조7200억 원과 비교해 5년 동안 이 사업부문의 외형을 75% 성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건 것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지속적 AI 투자 확대로 수요 증대 및 고사양화 요구가 급증하는 FC-BGA 기판에서 베트남 증설 이후 빠른 실적 반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의 FC-BGA 기판 매출은 2026년 1400억 원에서 2030년 2조 원으로 4년 만에 14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반도체 기판 중심의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5년 기준 7.6%로 주력인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부문의 2.6%를 크게 웃도는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LG이노텍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은 사실상 완전 가동(풀가동)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생산설비 가동률은 2023년 63.2%에서 꾸준히 우상향해 2026년 1분기 91.8%에 이르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6월5일 내놓은 LG이노텍 분석보고서에서 “현재 다수의 AI 데이터센터 기업과 메모리반도체 3사는 LG이노텍에 AI 기판의 신규 투자와 조기 증설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증설은) 단순한 생산능력 확대가 아니라 증설 즉시 ‘풀가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장기 실적 가시성을 크게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문 사장은 6월4일 베트남 하이퐁시와 양해각서를 맺는 자리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패키지솔루션 사업은 LG이노텍의 핵심 성장동력”이라며 “생산지 이원화 전략 등을 통해 패키지솔루션 매출 규모를 2030년까지 3조 원 이상으로 육성하고 이익기여도를 광학솔루션 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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