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코스피 지수가 4100~4200선에 불과하다는 증권가의 분석, 그리고 그 분석을 기사화한 언론을 비판하며 꺼낸 비유다.
틀린 말이 아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박스피'라는 조롱을 받으며 3천 선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었다. 반도체를 포함해서 8800, 반도체를 빼더라도 4100~4200선이라면 오히려 이는 한국 주식시장의 실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숫자다. 축하할 만한 이야기이고, 대통령이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옳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이유는 분명히 있다. 성장의 온기가 어디에 닿고 있는지를, 화려한 성장 이면에 가려진 숫자들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한 달로 포커스를 좁혀보자. 5월 첫 거래일인 5월2일과 6월 첫 거래일인 6월1일 종가를 비교해보면, 코스피 지수는 한 달 사이 26.7%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테마, 현대차가 이끄는 로봇 테마, LG전자가 이끄는 AI 테마가 엔진이었고, 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 소식이 연일 이어졌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 흥분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올라탔다.
그리고 같은 기간 코스닥은 13.5%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등락률 격차가 40%포인트를 넘었다는 뜻이다.
코스닥은 중소기업, 바이오,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다. 코스피 대형주 랠리의 과실이 고스란히 흘러들어오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코스피 내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 AI, 로봇 등 특정 섹터를 제외한 수많은 종목들은 지수 상승의 흥분 속에서 조용히 소외되고 있다. 증시가 뜨겁다는 뉴스를 보면서 정작 자신의 계좌를 들여다보며 한숨 쉬는 사람들이 이 시장에 있다.
'반도체를 빼고 보자'는 말은 현 장세의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언어가 아니다. 시장 온기의 집중도를 수치로 환산해 경고를 보내는 것이고, 지수가 오를 때 누가 오르고 누가 소외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대통령의 답은 "축구 실력 빼면 손흥민도 보통 사람이냐"라며 성과를 ‘방어’하는데 그쳐서는 안 됐다. 이 비유는 방향을 한 단계 더 나아갔어야 했다. '손흥민의 실력을 나머지 팀원 모두가 함께 뒷받침하는 강팀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발전했어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는 지금까지 줄곧 '소외된 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잔인한 금융'을 이야기해 왔다. 소외된 사람들을 금융이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였다. 국무회의에서 저신용자 대출금리 문제를 거론하며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신용자에게 고금리 소액대출이 집중되는 구조를 비판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소외된 자'들을 보는 시선은 자본시장에는 닿지 않는가.
위험이 취약한 쪽에 집중되는 것, 기회가 강한 쪽에만 쏠리는 것, 시장이 환호할 때 그 환호가 닿지 않는 곳이 생기는 것, 이 모두가 '잔인한 금융'의 얼굴이다. 저신용자 고금리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코스닥과 코스피 소외주를 외면한 채 ‘지수’를 성과로 제시하는 태도가 같은 입에서 나온다면, 그 사이 어딘가에서 논리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동안 진행된 증시의 ‘역대급’ 상승은 환영을 넘어 찬사를 보내야 마땅한 일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선전은 한국 경제의 실력이고, 대통령이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프레임이다.
시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지수 전체를 들어 "이것이 성과"라고 말하는 것은, 성장의 온기가 고르게 퍼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지수 안에서도 수많은 종목과 투자자들이 소외되고 있다.
물론 자본시장은 냉혹한 자기 책임의 영역이며, 국가가 그 피해를 구제해주거나 손실을 보전해 줄 수는 없다. 다만, 리더가 소외된 영역을 선택적으로, 그리고 방어적으로 바라본다면 결국 성장의 과실은 압도적 자본을 가진 소수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저신용자의 고금리도, 코스닥 투자자의 소외도, 반도체 쏠림 속에 가려진 업종들의 침묵도,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대통령의 두 발언이 모두 진심이라면, 바로 이 질문이 두 발언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 손흥민의 실력이 대한민국 축구의 자랑인 것처럼, 반도체의 약진은 한국 경제의 자랑이다. 그러나 좋은 감독은 손흥민만 보지 않는다. 나머지 열 명도 함께 본다.